동화나 전설, 설화를 곧이곧대로 믿었던 건 몇 살 때까지였을까? 1960년대 깊은 산골마을에 살던 한 소년에게는 주변의 거의 모든 것들이 ‘판타지’였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곧 현실이기도 했다. 설화와 전설 같은 현실이 어떻게 소년을 성장시켰는지, 그리고 그 시절의 이야기는 어떠했는지가 소설 ‘누나’에서 그려진다.
밤이면 나무가 걸어 다니던 마을
성장기를 담은 소설은 보통 자기 고백적이거나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연대기식으로 서술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성장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큰 사건들이 나열되고 대부분 ‘성장통’을 그 이야기의 주된 흐름으로 잡곤 한다. 오늘 우리의 단양 여행을 결정하게 한 소설 ‘누나’ 역시 크게 보면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년 혹은 소녀의 성장을 끌어올렸던 결정적 사건은 그다지 ‘결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사실과 환상 혹은 설화와 전설의 경계가 허물어진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다.
한 소년의 눈을 통해 일어나는 마을의 소박하고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 마치 일기처럼 펼쳐지는데, 이를 들여다보는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소년의 미숙한 눈이 그려낸 우화인지, 어디서부터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지 구분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러나 이를 굳이 현실의 실타래로 감아내려 한다면 그때부터는 소설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고 말지 모른다. 오히려 ‘아하,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공감해간다면 풍성한 은유의 잔치에서 한껏 흥겨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소설 ‘누나’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일대, 그리고 소설 속 ‘나’로 등장하는 소년이 살았던 남천마을을 배경으로 약 1년 정도의 시간을 담고 있다. 국민학교 5학년 여름이 되기 전부터 6학년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마을을 떠나 서울로 가기까지, 도시에서 마을로 이주해 온 소년이 남천에 머무는 동안 가족과 마을 사람들, 마을을 드나들었던 사람들, 그리고 마을이 담고 있는 신비로운 일들이 소년의 눈과 입을 통해 2014년의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을 정확히 언제다 하고 꼬집어낼 근거는 희박하지만, 월남전을 비롯한 여러 사건과 소품, 무엇보다 소설의 작가인 하일지가 1955년생이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1967~68년 정도가 아닐까 추정된다. 하일지가 ‘손님’ 이후 2년 만인 올해 7월에 낸 ‘누나’는 출간 후 많은 관심과 좋은 평을 얻었다. 대표작 ‘경마장 가는 길’에서 시작, 늘 새로운 소설 작법을 선보여 독자들로 하여금 읽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했던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잠시 거주했던 단양을 배경으로 독특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그러나 그 시절 그러한 산골 마을에 살았다면 누구라도 겪었을 법한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소설 ‘누나’는 그 시절을 살았던 가족과 아직 세상의 모든 것이 ‘현대’의 잣대로 판단되지 않던 시대여서 가능했던 소년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하고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투성이다. 게다가 소년은 그게 사실임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소설은 그 경계의 모호함을 어른의 눈과 해설로 전하지 않고 아이의 ‘지혜’로 풀어나간다. 그 순간 설화와 우화는 모두 사실로 다가오게 된다. 알면서도 즐겁게 속아 넘어가는 것. ‘누나’의 저자 하일지가 지닌 힘이다.
1 온달관광지 내 드라마 세트장. 이곳에서 드라마 ‘정도전’이 촬영됐다. 2 단양 운계천 상류에 자리 잡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인암. 높이가 70m나 된다.
세상은 소년이라는 여과 장치에 걸러져 펼쳐진다
‘나’의 아버지는 기울어진 집안 살림을 추스르고자 누나와 계모(소년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복동생을 데리고 단양의 어느 마을로 이주해 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들, 마을 곳곳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나’의 눈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거나 해체되곤 한다. 그렇게 많은 공포의 대상들(때론 살아 움직이는 나무이기도 하고, 까마귀 눈알을 먹은 뒤 귀신이 보이는 마을 할머니이기도 하고, 밤길에 나타나는 구미호이기도 하고, 우체국 앞과 향교 앞을 매일 밤 걸어 다니는 나무들이기도 하고, 갖은 귀신들이기도 하고)과 종종 애틋한 사연을 담은 대상들(죽어서 소가 되어 아들의 등굣길을 매일 함께한 동네 아주머니의 이야기와 마을에 잠시 머물다 간 ‘성악가’ 나병 환자의 이야기 등)을 비롯해 비교적 ‘현실적’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여기에 성장기 소년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性)에 관한 숱한 선입견과 오해, 그로 인해 벌어지는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건(어른들의 성관계로 아이가 태어난다는 걸 알게 된 ‘나’는 그 충격으로 아예 끙끙 앓아눕는다)과 소년다운 상상이 더해져 새로운 ‘사실’들이 만들어진다.
여기까지 설명하다 보면 소설이 꽤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매일매일의 경험과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들, 전해진 이야기는 어린아이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아이다운’ 발상과 해석이 곁들여지면서 ‘어른 독자’들은 실소 혹은 큰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공부도 잘하고 스스로를 매우 똑똑한 아이라고 자부하는 소년이 마을 어른들이 들려주는 설화와 갖은 귀신과 괴물의 이야기를 심각히 분석해내 현실로 결론짓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그러면서 소년은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미신을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기도 한다. 왜 밤길을 조심해야 하는지, 구미호는 어떻게 간을 빼가는지에 대해 과학의 힘을 빌려 짐짓 점잖은 체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뜻함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산골 마을로 이주해 왔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을 한시도 저버리지 않는 아버지와 비록 금계랍(일제강점기 당시 전해져 한동안 쓰였던, 말라리아의 특효약)을 너무 많이 먹어 혹시 머리가 이상해진 건 아닐까(사실은 어른이 돼가는 모습임에도) 걱정하게 만드는 누나는 ‘나’와 동생들을 위해 늘 헌신적이면서 마침내 ‘나’의 서울행을 돕고 공부를 뒷바라지하는 그 당시 그 ‘누나’의 모습 그대로다. 간혹 주체할 수 없는 성적인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진심 어리고 순박한 첫사랑이었던 가영이와의 이야기는 슬픈 결말일지언정 애틋하다. 가난하고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년의 눈을 거쳤기에 더욱 따뜻해진 느낌이다. 저자는 제목을 짓는 데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누나’라는 존재로 대신되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당시를 그린 많은 소설들이 거칠고 엄혹한 어른들을 다루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 매혹적인 이야기는 평단의 박수를 이끌어내 올해 동인문학상 후보에 소설 ‘누나’를 올리기도 했다.
1 ‘누나’에 ‘간접’ 등장하는 남천리의 작은 교회. 1968년 준공된 소박한 시골 교회다. 2 ‘누나’의 주인공 소년을 호기심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산골 마을 남천리는 이제 존재하지 않지만, 마을을 거닐며 소설 속 풍경을 더듬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3 단양 8경 중 하나인 석문. 4 도담삼봉에 있는 정자 삼도정.
‘나’의 마을을 찾아간 단양으로의 여행
소설을 여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들이 쉬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나’의 성장지를 추정할 수 있는 지명이며 사건들, 그리고 작가 하일지를 소개한 최근의 기사들을 모아 추정해보면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 일대라는 결론에 이른다. ‘남천’사람들이라는 표현이며, ‘하리’와 ‘백자리’라는 지명, 그리고 온달산성과 여러 강의 위치 등이 주요한 길잡이가 돼준다.
단양의 동쪽에 자리한 남천리는 소백산 자락을 등에 지고 그 줄기를 따라 흐르는 개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서쪽 산으로 향해 오르는 남천리 마을 길은 완만하면서도 아늑하다. 지금이야 남천리 끝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지만(소설 마지막 대목에서도 마을을 찾아가는 ‘어른’이 된 ‘나’를 통해 이러한 정황이 드러난다) 그 옛날에는 산이 무척 깊었음을 쉬 짐작할 수 있다. 졸졸 흐르는 계곡 주변에 과수를 심은 소박한 농가의 모습이 이어진다. 이 마을 어딘가에 ‘나’의 밤을 괴롭히던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있었을 것이고 물방앗간이 있었을 것이며 저 산을 넘어 밤길을 오가며 읍내로 나무를 팔러 다니던 아버지의 땀이 있었겠지, 라는 상상을 하며 마을을 걷는 시간은 특별했다.
소설에서 수십 년 사이 달라진 마을을 둘러보며 첫사랑 가영이의 집이 펜션으로 바뀌어 있더라는 ‘나’의 이야기는 남천리에서 그대로 증명된다. 계곡과 산세가 좋다 보니 마을 곳곳에 이국적인 펜션들이 즐비하다. 남천리에 들어서며 길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교회에도 잠시 들렀다. 교회는 소설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교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김화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와 기독교를 전도하러 마을을 오가던 전도사와 권사의 에피소드, 독실한 교인이었지만 죽어서 뱀이 된 마을 아주머니의 이야기 등이 그려진다. 옛 종탑과 붉은 벽돌로 지어져 한눈에도 오래되고 소박해 보이는 교회의 준공 연도는 1968년이다. 실재하는 마을의 풍경 속을 거닐며 사라진 옛 마을과 소설의 정황을 맞춰보는 상상력이 필요한, 그러나 꽤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남천리를 빠져나와 얼마 가지 않은 곳에 ‘온달관광지’가 있다. 단양은 소백산 너머 곧장 강원도와 경상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옛 고구려의 영향권에 들면서 곳곳에서 신라와의 전투가 벌어졌던 고장이다. 고구려에서 전해지는 여러 이야기 가운데 어쩌면 가장 매력적이고 ‘스토리텔링’의 여지가 풍부한 것이 온달의 이야기일 텐데, 단양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온달관광지는 약 150m 높이의 온달산성을 중심으로 드라마 세트장, 그리고 온달동굴 등으로 조성돼 있다. 소설의 배경을 찾아가다 뜬금없는 관광지로 흘러가나 싶겠지만, 관광지가 되기 전 마을 아이들이 무시로 드나들던 곳으로 소설에서도 꽤 자주 언급된다. 산 정상에 683m 길이로 둘러진 석성인 온달산성은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로 알려진 온달이 신라군의 침입에 대비하려 하루 만에 쌓은 성이라고 전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달이 이곳에서 전사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산성에 오르면 온달이 아니라 그 어떤 고구려 장수도 이곳에 성을 쌓았겠다 싶을 만치 사방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방어하기 좋은 요지다. 이곳에서 전사한 온달을 관에 실어 움직이려 했으나 수레는 꿈쩍을 하지 않았고, 급기야 아내인 평강이 와서 달래니 수레가 움직였다는 전설도 더불어 전해진다.
산성 아래 드라마 세트장을 지나면 온달동굴이 나온다. 단양은 우리나라에서 대석회암통이 지나는 대표적인 석회암 지대다. 그러다 보니 단양 여행에서 웅장한 규모의 시멘트 공장이며, 유명 석회동굴을 만나는 일이 흔하다. 온달동굴 역시 그러하다. 4억5천만 년 전부터 형성이 됐다는 길이 800m의 이 석회동굴로 들어서면 여느 유명 석회 동굴과는 사뭇 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기괴한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은 이곳도 마찬가지인데, 마치 큰 계곡이 발 아래 흐르는 듯 입구부터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두운 동굴에서 불을 밝혀 발 아래를 보니 과연 넉넉한 물길이 지나고 있다. 그 물 덕분에 지금도 동굴의 변형이 ‘진행형’이란다.
동굴은 소설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한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 덕분에 제재소가 동굴 입구에 세워져 있다고 묘사되는데, 그 풍부한 수량은 직접 동굴 속을 들어가보면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동굴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물이 세차게 흐르고, 또 그 속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미지감이 전하는 막연한 공포. 그런데 어느 날 물이 멎고 제재소가 가동을 못하자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이 온달동굴로 탐험을 나선다. 멎었던 물이 언제 다시 콸콸 흘러 아이들을 삼킬지 모른다는 공포에 ‘나’는 가지 않는다. 비겁함과 죄책감에 젖어 있던 ‘나’는 무사히 굴 밖을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왈칵 눈물을 짓는다. 소년다움에 또 한 번 미소 짓는 대목이었다.
단양 읍내를 중심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남한강 풍경.
가을 색감만큼 깊은 이야기들이 스며 나올 듯한 단양
단양을 찾은 건 11월 중순이었다. 마침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들 가운데 하나인 백자리에 위치한,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구인사를 찾았다. 우리나라 천태종의 본산답게 절의 규모가 웅장한데, 그 웅장함이 꽤나 이채롭다. 너른 평지에 많은 절사를 거느린 것이 아니라 거친 산자락을 따라, 그 산세를 십분 이용하며 마치 성채를 쌓아 올라가듯 점층적으로 배치돼 있어 산 한 갈래가 온전히 절이 된 형상이다. 1945년에 지어졌으니 ‘고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확히는 ‘지어졌다’ 가 아니라 ‘지어지기 시작했다’가 맞는 표현이 되겠다. 칡덩굴로 지은 작은 암자에서 시작, 차츰 절사를 늘려가며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각각의 절사는 웅장한 기와와 붉은 기둥으로 장엄함을 뽐내는데, 이들은 저마다 마치 암벽 사이를 연결한 것처럼 구름다리와 숱한 계단들로 이어져 있다. 가파른 경사도 절의 조성 사연을 말해준다. 위엄 있는 절사들이 산자락 여기저기를 차지하며 산 중턱으로 이어진 이 형세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 절 곳곳에 가을이면 단풍이 진하게 내린다. 절을 찾았을 때도 홍단풍이며 청단풍이며 갖은 단풍이 화려함을 잔뜩 뿜어내고 있었다. 세속의 것으로 덧칠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안겨준 아름다움이기에 어색하지도 않다.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숨이 차지만 구인사 끝자락의 광명전 난간에서 내려다본 구인사는 산과 산이 겹쳐지는 줄기에 그림처럼 자리해 가을의 색감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광명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산세에 가려 보이지 않던 태적광전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직접 그 앞에 서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묘한 장엄함과 신비로움이 이곳에 있다.
구인사를 나오며 아쉬움이 남는다면 도담삼봉과 석문, 사인암 등 이른바 단양 8경을 이루는 기막힌 풍광을 이어 즐겨도 좋겠다. 단양 읍내를 중심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남한강의 풍경도 아름답다. 그러고 보니 단양은 어딜 가나 물과 거의 떨어지지 않는 여정을 안겨주었다. 앞서 영춘면 일대를 둘러보면서도 늘 계곡과 강을 가까이 두었다. 소설에서도 나루와 강, 개천의 이야기는 꽤 자주 등장한다. 남한강이 휘감아 도는 읍내의 풍경과 그 줄기를 따라 도착한 도담삼봉도 물의 어우러짐이 아니었으면 그 가치가 반감됐을 것이 뻔하다. 도담삼봉 위편 석문 역시 그 아치형 돌문 너머로 보이는 남한강의 푸름이 없었다면 그냥 기괴한 바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사인암 역시 맑은 운계천을 두르고 있으며, 선암계곡의 하선암과 중선암, 상선암도 물을 따라 차례로 자리한다. 그래서 단양 여행은 물길만 잘 따라가면 어지간한 명소를 놓치지 않는 편리함이 있다. 그리고 그 편리함보다 더 반가운, 눈이 푸근해지는 단양의 풍경 역시 그 물이 있어 완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한다.
Epilogue
소설 ‘누나’와 ‘단양’의 연결 고리는 ‘나’ 혹은 작가 하일지가 단양에서 어린 시절의 중요한 한 자락을 보냈다는 점과 ‘나’의 누나 이름이 ‘단양’이었다는 것 정도다. 소설의 제목은 원래 ‘누나’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나의 이름을 ‘단양’으로, 지극히 즉흥적으로 지으면서 제목도 ‘누나’로 정해졌단다. 그러나 소설의 화자인 ‘나’가 품은 갖은 상상과 순박하며 푸근한 사람들, 그들이 지닌 애틋한 사연, 마을을 감싸며 전해지는 많은 설화와 전설이 잉태된 자연을 떠올려보며 단양을 여행한다면 이곳만 한 배경도 없겠다는 공감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곳은 밤이면 나무들이 살아서 거리를 쏘다니고 산 속 어딘가에 귀신이 있으며, 아이가 눈에 밟혀 죽어서도 소가 되어 늘 곁을 지켰던 어미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저만치 깊은 산과 물을 지닌 고장이니 그런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게 오히려 더 당연하리라 싶은 곳. 그렇게 소년의 상상력에 자연스레 동화돼가도 어색하지 않은 자연이 있는 곳이 바로 단양이다.
Travel Information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 찾아가기(서울 출발)
승용차 이용 시 중앙고속도로 제천 TG에서 영월, 단양 방면으로 나와 신동교차로에서 남제천 IC 방향 -> 북부로 따라가다가 동막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느릅재터널 통과 -> 창원교차로에서 단양, 영춘 방향 -> 창원삼거리에서 단양, 구인사 방향 -> 군간교 삼거리에서 영춘, 구인사 방향 -> 영춘교와 온달로 지나면 남천계곡 펜션 단지 진입
기차로 단양 여행하기 청량리역에서 단양을 오가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기차가 하루 9회 정도 운행한다. 단양 내에서는 버스 등을 이용해 여행하기가 편하지 않은 편. 대신 택시를 이용한 투어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A·B·C 코스로 나뉘는데, 이번 여행과 관련한 온달관광지와 도담삼봉 등을 둘러보기에는 B코스가 좋다. 요금은 4인 기준 1인 1만8천원 선.
단양의 특산물인 마늘을 이용한 갖은 찬과 함께 즐기는데, 그 맛이 정갈하고 요리의 종류도 다양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여러 유명 마늘한정식집이 있지만 맛은 큰 차이가 없고, 다만 곁들여 나오는 반찬 등에서 조금씩 다르다. 가격은 요리 구성에 따라서 1만5천~3만원 선. 단양 읍내와 단양 곳곳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하는 곳이 민물 매운탕을 내는 식당일 듯. 남한강에서 잡은 쏘가리와 메기 등으로 끓인다는 곳이 여럿 있지만 사실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가격은 2인분 기준 4만~6만원 선. 민물고기를 튀긴 후 양념을 바른 도리뱅뱅도 별미다.
문의 단양군 문화관광 http://tour.dy21.net 구인사 www.guinsa.org 온달관광지 043-423-8820(입장료 어른 5천원, 청소년 3천5백원, 어린이 2천5백원) 택시 투어 단양개인택시지부 043-422-2382
월간지 ‘Travel&Culture’ ‘CASA Bistro’ 등을 거쳐 여행 전문지 ‘The Beetle Map’ ‘across’ 등에서 편집장을 지냈다.현재 편집 디자인 업체 ‘아쉬’의 대표이자 미국계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발행하는 멤버십 매거진 ‘The Costco Connection’한국판의 편집인이다. ‘7일간의 이스탄불 여행’을 발간 예정이다.
글&사진·남기환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