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 맞아 전경련 ‘이봐 해봤어…’ 출간, 중동진출-올림픽 등 뒷얘기 담아
국제 유가가 5배 이상 뛰는 등 석유 파동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던 1974년. 정부 외환보유액이 3000만 달러 수준이던 당시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중동 진출’이라는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당시 그룹의 2인자이자 정 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부회장(전 한라그룹 명예회장·2006년 별세)조차 “불가능하다”고 말릴 정도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정 부회장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회장님의 중동 진출을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며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정 부회장을 현대양행(두산중공업의 전신)으로 보내고 “모르는 부분은 배우면서 해나가면 된다”는 신념으로 중동에 진출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현대건설의 중동 진출 첫해인 1975년 1억3000만 달러로 늘었고 다음 해에는 9억3000만 달러가 됐다.
88 서울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전 전 대통령은 그에게 경제장관들에 대한 평가를 물었을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유창순 전 국무총리는 “정 회장이 나를 전 전 대통령에게 천거해 국무총리를 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경제계의 맞수였던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의 갈등과 화해에 얽힌 이야기도 담겨 있다. 1986년 8월 이 회장은 정 회장의 고희연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참석해 백자를 선물하면서 둘 사이 해묵은 감정의 앙금을 씻어냈다고 저자는 회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