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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싸움에… 집단 이기주의에… 발 묶인 국가개조

입력 | 2014-12-30 03:00:00

[해 넘기는 주요 이슈]
●‘김영란법’ 4년째 불발
여야, 적용대상 놓고 갑론을박… 본회의는커녕 상임위도 못넘어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인 ‘김영란법’은 공직 사회 개혁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여야의 미온적인 태도로 올해 국회 본회의는커녕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여야는 ‘공직자가 직무 연관성과 관련 없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에는 합의했다. 다만 적용 대상을 언론사 기자, 사립학교 직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 부정 청탁의 개념과 본인 외에도 금품 수수 시 처벌을 받게 되는 공직자의 가족, 친족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등을 두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12월 정기국회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 등으로 국회 정무위가 파행을 빚은 것도 처리 불발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이 법은 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위안부 해법 못찾아

韓-日 5차례 걸쳐 국장급 협의, 아베 우경화 가속… 돌파구 회의적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만났을 때만 해도 연말까지는 일본군 위안부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4월부터 총 5차례 한일 국장급 협의를 했지만 돌파구는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아베 정권은 6월 고노 담화 검증 작업을 거치면서 1993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 담화의 공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8월 진보적인 아사히신문이 일부 기사를 취소한 뒤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우익들의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내년은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 양국이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회 해산과 중의원 선거로 정권 기반을 더욱 굳힌 아베 정권이 우경화를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해법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통일대박’ 못살린 대북정책

드레스덴 대북구상, 北 반발… 고위급 접촉도 전단 논란에 무산


대북 정책에서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경색국면이 길어졌다. 정부는 1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3월 드레스덴 대북 구상, 8·15 경축사의 ‘작은 통일론’ 등 대북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를 “흡수 통일 시도”라고 받아들인 북한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했다.

2월 1차 고위급 접촉으로 같은 달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다. 박 대통령이 “이산가족 문제의 최우선 해결”을 강조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었으나 북한 응원단 참가 논란만 벌어졌다. 10월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의 인천 방문 이후 추진되던 2차 고위급 접촉도 대북 전단 논란으로 무산됐다. 다만 통일부의 29일 새해 남북 접촉 제안으로 불씨를 살린 만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軍 개혁 첩첩산중

병영문화-사법개혁 결론 못내… 방산비리 수사도 아직 진행중


국방부의 병영 문화 개선을 비롯한 군 혁신도 해를 넘기면서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육군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민관군 병영 문화 혁신위원회가 출범해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핵심 개혁안 중 하나인 군 가산점 부활은 여성가족부의 반대에 부닥쳤다. 군 인권 옴부즈맨 도입 및 군 사법 개혁도 지휘권 약화를 우려한 군 당국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올해 정식 정책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통영함 납품 비리가 제기된 뒤 일파만파로 불거진 방위사업 비리도 수사를 끝내지 못했다. 지난달 검찰과 국방부 등 7개 사정기관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 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이어 감사원도 별도의 ‘방산 비리 특별 감사단’을 발족시켰다. 내년 1, 2월 수사 및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개헌론, 수면 아래로 잠복

김무성-문희상-우윤근 군불, 정치권 공감… 靑 변화가 관건


분권형 개헌 논의는 “경제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특히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0월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면 막을 길이 없다”고 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곧바로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물러서면서 개헌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의원 148명의 뜻을 모아 17일 국회 개헌특위의 연내 구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개헌 논의 시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점이 변수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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