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상 증세 20대 男 5만원권 뿌려, 한푼도 못찾아… 주워가도 처벌 못해
29일 낮 12시 50분경 대구 달서구 월배로 서부정류장 앞 왕복 8차로 횡단보도. 김모 씨(27)는 보행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중간 지점에 이른 김 씨가 갑자기 5만 원권 지폐 160여 장을 허공에 뿌렸다. 순식간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도로에 떨어진 돈을 줍기 위해 행인과 운전자 수십 명이 뒤엉켰다. 급기야 한 시민이 “누가 돈을 뿌려서 차가 막히고 난리”라며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 근처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그가 메고 있던 가방 속에는 미처 뿌리지 못한 5만 원권 지폐 760여 장(약 38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뿌린 약 800만 원의 돈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올해 9월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최근 한 은행에서 4600만 원가량을 인출했고 이날 가방에 담아 거리로 나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날 죽일 것 같아 거리에 뿌렸다”고 진술했다. 그의 어머니(58)는 “아들이 몇 달 전부터 정신이 오락가락해 입원시키려 했지만 강하게 거부해 치료를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스스로 돈을 뿌렸기 때문에 주워 간 사람을 절도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