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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기 바다에 가라앉은 듯”… 기체 수습 장기화 가능성

입력 | 2014-12-30 03:00:00

에어아시아 여객기 수색 이틀째
호주軍 “잔해 추정물체 발견”에… 印尼부통령 “사고기 잔해 확신못해”
무리한 운항-정비 부실-대처 미흡… 저가항공사 구조적 문제점 노출




인도네시아 벨리퉁 섬 해역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에어아시아 QZ8501기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색 이틀째인 29일 비행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됐지만, 사고기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기가 해저에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기체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 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공군 관계자는 이날 호주군의 P-3C 해상 초계기가 여객기 실종 지점에서 1120km 떨어진 낭카 섬 인근에서 비행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사고기 출발지인 수라바야와 목적지 싱가포르의 중간 지점이다. 그러나 유숩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이 물체가 사고기의 잔해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헬리콥터도 추락 추정 해역에서 기름 흔적 2개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고기에서 유출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밤방 술리스티오 인도네시아 수색구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지역 좌표와 수색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비행기는 바다에 떨어진 뒤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의 여객기가 결국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CC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29일 에어아시아의 주가는 전날 종가대비 8.5% 떨어졌다. 3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 저가항공 불안하다

동남아시아 지역 LCC는 에어아시아를 비롯해 20여 개로 2000년 이후 급성장했다. 에어아시아는 2001년 동남아지역 점유율이 전체 좌석 수의 3%에 불과했지만 올해 60%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은 아시아 중산층이 늘어났기 때문. 아태지역 중산층의 항공 여객 수요는 연평균 6.5%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에어아시아는 중고가 아닌 새 비행기를 쓰고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나다는 에어버스 A320을 대량 발주해 업계를 선도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안전’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수익을 내기 위한 무리한 운항 스케줄에 대한 지적이 먼저 나왔다. 기체 정비가 소홀하고 결함이 많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승무원의 위기대처 능력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느냐 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쉴 새 없이 비행기를 띄우다 보니 기체 결함이 생겨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노후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기장과 승무원들의 자질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무리한 확장으로 비행기 대수는 급격히 늘렸지만 숙련된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 LCC도 일본과 한국 조종사들 ‘빼가기’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대형 항공사는 최소 1000시간 이상 운항 경력을 가져야 조종사로 정식 채용되지만 LCC는 250시간이면 가능하다. 또 채용 이후에도 대형 항공사들은 1년 이상 교육을 받는 데 비해 LCC는 4∼6개월 교육만 거치고 실무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덤핑도 많아 도산 위기에 직면하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한 타이거 항공의 경우 좌석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10월 싱가포르 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에 사고를 낸 에어아시아의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도 수년간 경영난에 시달린 업체를 에어아시아가 인수한 것이다.

○ 한국의 저가항공

한국에 LCC가 생긴 지는 약 10년이 됐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총 5개다. 각사는 10대 내외의 항공기를 가지고 있고, 노선도 7∼20개를 운영 중이다. 시장점유율이 매년 커져 지난해 국적항공사의 21.4%(국내선은 48%, 국제선은 9.6%)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10월 현재 국내선 비중이 50.2%의 누적점유율을 보여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출발·도착 지연, 항공권 구매 취소 시 위약금 과다청구, 환급 거절 등 서비스 불만과 정보제공 미흡 등 안전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선 2010년 이후 안전장애 발생건수가 대형 항공사는 3.03건인 데 반해 LCC는 4.37건이었다. 대형 항공사들이 더 많은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LCC의 안전장애 발생이 매우 잦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 불만도 높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내 항공사 소비자 피해 중 LCC가 66%(130건 중 87건)를 차지했다. 특히 에어아시아 같은 외국계 항공사 피해 건수는 2012년 대비 533% 증가한 209건을 기록했다.

○ ‘칭기즈칸’의 위기

이번 사고로 ‘항공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에어아시아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는 2001년 12월 적자에 허덕이던 에어아시아를 4000만 링깃(약 126억 원)의 부채를 떠맡는 조건으로 단돈 1링깃(약 315원)에 인수한 뒤 글로벌 회사로 키웠다. 운도 좋았다. 항공업계 전체가 불황을 겪자 항공기 임차료가 반값으로 떨어졌고 정리해고 된 많은 경쟁사 경력 직원들을 낮은 임금에 채용할 수 있었다. 일부 노선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비용보다 낮은 비용을 책정하는 공격 경영을 펼쳐 현재 보유한 A320 여객기만 160대에 이르고,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취항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60억 링깃(약 1조9400억 원)에 이른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총 6억5000만 달러(약 7136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모아 말레이시아 28번째 부호에 올랐다. ‘칭기즈칸’이란 별명을 가진 그가 늘 습관처럼 읊조렸던 “안 되는 일은 없다. 언제나 방법은 있다”란 말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용 kky@donga.com·김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