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화성 주민을 다시 곤혹스럽게 만든 영화였다. 추억이란 과거의 좋은 경험이나 긍정적인 순간을 돌이켜보는 뉘앙스를 지닌 말인데 여기다 ‘살인’을 붙인 제목도 화성 시민으로서는 불쾌했다. 하지만 화성 사람들은 속만 태우며 수모를 참았다. 2001년 군에서 시로 승격했지만 화성의 심성은 여전히 촌이었다. 아마 서울 같았으면 집값 떨어진다며 항의 시위라도 벌였을 것이다.
▷그 화성이 어깨를 펼 만한 경사를 맞았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 실시한 지역경쟁력 평가에서 화성시가 올해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3회 연속 1위다. 지역경제력지수와 연평균 사업체 증가율 1위에 일자리 수는 4위, 주민활력지수는 6위를 기록했다. 도농(都農) 복합시로서 산업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의 강점과 녹지공간이 많아 삶의 질이 우수한 농촌의 장점을 잘 살린 결과였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발전 속도와 가능성을 보면 당분간 경쟁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