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친박계 모임서 일격
엷은 미소 짓지만…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을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39명이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송년 오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작심한 듯 김무성 대표의 당 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송년 오찬 모임을 가졌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 최고위원 등 39명이 참석했다.
공격 포인트는 당직 인선과 개헌 논의 파문 등에 맞춰졌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윤상현 의원도 “김 대표의 전당대회 득표율이 29%대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대표의 모습은 한마디로 92%를 ‘득템’(독점한다는 의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도 “내년에는 좀 더 많이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 주길 바란다”며 “나는 당의 최고 선배로서, 과거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길을 잘못 가면 지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과 당협위원장 선출 등을 놓고 김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이날 모임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10월 방중 기간 김 대표가 내놓았던 ‘개헌 봇물론’과 관련해 “내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찬스(기회)이기 때문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서 의원 등 친박계 중진 7명만 콕 찍어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청와대 만찬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30일 친박 모임에서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의원들이 대부분 이날 만찬 멤버였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제대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얘기들을 했다”며 “소통 강화를 위해서 정무장관실을 신설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 김무성, 기자단 오찬서 맞불 ▼
웃고는 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곰탕집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오찬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대표는 친박계가 제기한 ‘사당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곰탕집에서 당 출입기자들과 송년 오찬을 하면서 자신을 정조준한 친박계의 비판을 이같이 반박했다. “당협위원장 선정과 내년 4월 보궐선거의 공천 모두를 주민의 뜻에 따르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김 대표는 오찬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됐다. 당권의 ‘권(權)’자를 없애겠다고 공약해서 당 대표가 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근처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의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오찬 자리에서 자신을 향해 ‘대표의 전횡’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비판과 관련해 “내가 정치(인생) 30년이다. 그런 말들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진 못했다.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보면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반 이상 (친박계 쪽에 당직을) 내놨다”며 ‘인사권 전횡’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도 100% 지역 주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내년 1월 중 조기 공천해 빨리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당 대표로서 권한이 없어져 당 장악력이 떨어진다는데 나는 당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7월 전당대회 때부터 김 대표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 도입을 앞둔 정지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김 대표는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말을 아꼈다. ‘기업인 가석방’ 논란에 대해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고 한마디 한 것이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더는 말을 안 한다. 그렇게 복잡한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