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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공지영의 전쟁

입력 | 2014-12-31 03:00:00


소설가 공지영 씨는 2011년 출판사 대표 등과 함께 유럽 7개국을 여행했다. 유럽 철도회사인 유레일그룹이 한국 홍보대행사를 통해 항공권과 1등석 유레일패스 등 1700만원의 비용을 댔다.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기를 책으로 펴낸다”는 약속이 출판사를 통해 이뤄졌다. 두 달 뒤 공 씨는 한 좌담회에서 여행기 출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책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의 홍보대행사가 소송을 제기해 공 씨는 피고소인이 됐다. 1심에선 공 씨와 출판사가 공동 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공 씨에게 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공 씨가 스폰서 여행을 즐기고 약속을 깬 점은 분명했다.

▷이번엔 공 씨가 고소인이 됐다. 인터넷에서 ‘악마’ ‘걸레’ 등의 단어로 공 씨를 지속적으로 인신공격했다며 누리꾼 7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명백한 범법 행위로 고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평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공 씨도 인신공격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이번 고소에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그가 쏟아냈던 ‘말 화살’ 때문이다. 최근에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대해 ‘한때 인간막장이던 사형수들이 당신들보다 낫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나치’에 비유한 적도 있었다. 공격 대상은 주로 보수 진영이다.

▷공지영의 독자들은 그의 납득 안 되는 행보엔 대부분 등을 돌린다. 트위터 절필을 선언했다가 5일 만에 재개하고, “단식 같은 자학적 운동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문재인이 대통령 되어야 한다”며 스스로 단식기도에 나섰다. 새누리당을 비판하다가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연 권은희 후보에 대해서는 “성녀(聖女)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감쌌다. 83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그의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그의 좌충우돌 전쟁이 확대될수록 나쁜 이미지로 손해 보는 쪽은 진보 진영이다. 새정연은 이 사실을 알고도 편드는 걸까.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