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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호 선장도 퇴선명령 안했다

입력 | 2014-12-31 03:00:00

해수 유입으로 조타기 고장나 표류… 러 감독관 “퇴선 권고 했지만 안들어”




1일 러시아 서베링 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어선 501오룡호(1753t)의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오룡호 수사 전담팀은 “생존 외국인 선원을 조사한 결과 선장 김모 씨(46·실종)가 선사에 퇴선보고를 하고 정작 선원들에게는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는 3급 해기사 자격증만 갖고 있어 선장을 맡을 수 없는 상태였다.

수사팀에 따르면 오룡호는 사고 당일 오전 악천후 속에서 조업을 계속하다 정오 무렵 명태 약 20t을 잡아 올린 뒤에야 피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명태를 어창에 넣기 위해 해치(갑판 바닥 미닫이 문)를 개방한 순간 해수가 다량 유입되면서 조타기가 고장 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오후 4시 26분경 배의 선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러시아 감독관과 갑판장, 처리장 등이 선원들에게 급히 퇴선을 알렸다. 러시아 감독관은 조사에서 “오후 3시 30분경 선장에게 퇴선을 권고했지만 선장은 특수방수복 착의 및 퇴선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러시아 감독관과 생존 선원 6명은 특수방수복을 입고 뗏목 3개에 나눠 탔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타기가 고장 난 직후 구조를 요청하고 퇴선을 명령했다면 침몰 때까지 5시간의 여유가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