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양의 해 문이 열렸다. 양은 군집생활을 하는 온순한 초식동물이다. ‘희생양’이란 단어처럼 양이 제물(祭物)의 상징으로 여겨질 때도 있으나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 같은 긍정적이고 상서로운 뜻의 글자에도 녹아 있다. 양은 털, 가죽, 고기 등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유익한 가축이다. 한방에서는 양을 기를 돋우는 건강식품으로 생각한다. 외부 환경에 맞춰 습기를 조절하는 양모 이불도 인기다.
▷양은 옛날 옛적 인류의 삶에 등장했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구석기 유물과 함께 양의 턱뼈가 출토되고 있다. 구약성서의 ‘아벨이 양을 치며 카인의 토지를 경작했다’는 구절처럼 성경에서도 양은 자주 언급된다. 우리 선인들은 양을 길상의 상징처럼 여겼다. 문헌에는 삼국시대 때 외교 선물로 양을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양의 해에 큰일도 많았다. 1871년 미국 함대가 강화도를 침략한 신미양요, 1919년의 3·1운동, 1979년의 10·26사태 등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