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당연히 자신의 능력이나 역량이 업계에 널리 알려진 것 같아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연구 결과는 이와 달랐다.
쑹리준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와 천원훙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는 전일제로 일하는 직장인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전년도에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일자리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상을 보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04∼2005년도 근로연령인구에 해당되는 성인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다. 최근 세계적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는 이들의 ‘통념과 다른 연구결과’에 대해 추가 설명을 듣는 인터뷰가 실렸다.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HBR 한국어판 12월호에 실린 인터뷰 중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쑹 교수는 먼저 “구직정보를 받았다는 말은 곧 사회적 지지를 받았다는 증거인데 왜 사람들이 기분 나빠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시작했다. 그는 “몇 가지 가정을 해볼 수 있는데, 우선 구직정보를 얻은 순간 ‘나의 능력은 그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경우는, 이직하기 위해 원서를 내고 면접을 치르는 과정이 떠올라 괴로울 수 있는데, 이 역시 우울감을 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만약 정말로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추천하고 싶다면 일자리 자체를 곧바로 추천하거나 제안하지 말고 그가 그 일자리에 먼저 관심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