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 정치부 차장
복심(腹心)이라던 이정현 의원도 까맣게 몰랐나 보다. “박근혜의 특징이다. 얼마 전(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을 의미)에 하지 않았나. 승리에 도취된 것처럼 보이고 대선 패자 지지자들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게 박근혜다운 정치인 것이다”라고 했다.
‘대선 승리 2주년인데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랬다.
명색이 대선 승리 2주년 만찬인데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고 이제는 여당 대표인 김무성을 따돌린 것은 너무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원조 친박이자 국정운영의 한 축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 이러니 친박이 옹졸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비서실장을 지낸, 구(舊)친박이지만 이젠 몸도 마음도 멀어진 것처럼 보이는 유승민 의원의 반응이 궁금해 의원회관을 찾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1호 인사였던 윤창중에 대해 “너무 극우다. 당장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문고리 3인방’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했던 호연지기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한 일이라면 굳이 트집 잡을 일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기야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을 ‘무대’조차 “허허…” 하고 웃어넘기는 판이니 유승민이 핏대를 세울 계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진 유 의원은 오히려 “난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인간적 신의는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는 쓴소리는 박 대통령 잘되라고 하는 충언”이라고 했다. 자신의 진심을 친박 핵심들이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는 푸념도 했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과 의원들의 비공개 모임이 최소 4, 5차례 있었다고 전하면서도 “초청 대상은 청와대가 ‘믿을 만하다’고 본 의원”이라고 했다. 중진 7인 만찬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들과의 면담 역시 대통령 잘 모시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만 골라서는 희망이 없다. 이 지적이 사실이라면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소통을 잘했다고 평가받는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자기 업무시간의 70% 이상을 야당 인사들을 만나는 데 썼다는 이야기는 비현실적 훈수로 들린다. 계파 불문하고 여당 의원들이라도 폭넓게 만나면 어떨까. 유승민도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 만난 게 ‘하아안∼참 전’이라고 하지 않나. 물론 덕담하고 사진만 찍고 나오는 의원은 사절!
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