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보는 기쁨
―이해인(1945∼)
해 뜨기 전에
하늘이 먼저 붉게 물들면
그때부터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하지
바다 위로
둥근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고 싶고 또 살고 싶고
웃고 싶고 또 웃고 싶고
어제의 내가 아님에
내가 놀라네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둥글고 둥근 해님
나의 삶을
갈수록 둥글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빛을 내는 해님
만나는 모든 이를
빛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닷가 수녀원의 청신한 아침. 화자는 ‘해 뜨기 전에’ 눈을 떴을 테다. 창 너머 하늘에 아침노을이 붉게 번진다. ‘그때부터/내 가슴은 뛰기 시작’한단다. 화자는 얼른 일어나 창가로 달려갔을 테다. ‘바다 위로/둥근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장면을 보러. 안녕! 안녕! 나의 아침! 나의 해님! 해는 날마다 뜬다. 그건 자명한 일. 자명한 것은 소중한 줄 모르기 쉽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 해, 한 해를 허투루 보내다 덜컥 일생이 간다. 그렇게 보낸 일생은 얼마나 짧은가. 하루, 또 하루를 사무치게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는 이의 하루는 얼마나 실하고 길 것인가!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둥글고 둥근 해님’, 화자는 마치 어머니를 대하는 어린이처럼 꾸밈없이 사랑과 고마움을 담뿍 담아 정답게 부른다. 아침에 깨어 새날의 해를 보는 단순한 기쁨이여!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