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따라 달라진 새해 소망
각자의 삶이 다르듯 사람마다 새해 소원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12월 31일 밤 두 손 모아 비는 소원들은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해외여행 한 번이 소원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살림살이가 점차 나아지면서 여가생활과 건강이 사람들의 중요한 바람 중 하나가 됐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기’처럼 소박한 바람이 있는가 하면 ‘로또 당첨’처럼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기도 하는 새해. 그동안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국내 주요 기업 및 포털사이트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1990년대 새해 소원은 ‘가족의 건강’이 많았다. 1991년 삼성생명이 수도권 직장인 7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족의 건강(50.4%)이 가장 많았고 결혼(16.3%), 경제적 여유(15.3%) 순이었다. 이듬해 삼성생명이 같은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가족의 건강(59.0%)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수대교 붕괴,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1994년에 ‘안전’ 관련 소원이 많았던 것을 제외하면 ‘건강’은 1990년대 대표적인 소원이었다.
‘금연 및 금주’ ‘다이어트’ 등은 매년 단골로 등장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대표적 소원이다. 2010년 여성포털 이지데이가 누리꾼 3693명을 대상으로 ‘나에게 바라는 소원’을 물으니 17.0%가 다이어트 성공을 꼽았다. 직장인 정재용 씨(31)는 “매년 ‘올해는 기필코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때뿐이다”라며 “2015년 새해에도 결심했는데 꼭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직장인은 ‘자유롭게 쓰는 휴가’를 새해 소원으로 빌지만 반대로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일이 없어 ‘쉬는 고통’이 없는 것이 소원이다. 중고등학생과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는 ‘성적 향상’을 한마음으로 빌기도 한다. 대학생 박태영 씨(25)는 “매일 똑같은 아침이지만 1월 1일 하루만큼은 묵은 기억을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며 “새해는 모두의 소망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