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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1990년대 “건강이 제일”, 2000년대 “돈벼락”, 2015년 “담배 굿바이”

입력 | 2015-01-03 03:00:00

시대 따라 달라진 새해 소망




각자의 삶이 다르듯 사람마다 새해 소원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12월 31일 밤 두 손 모아 비는 소원들은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해외여행 한 번이 소원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살림살이가 점차 나아지면서 여가생활과 건강이 사람들의 중요한 바람 중 하나가 됐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기’처럼 소박한 바람이 있는가 하면 ‘로또 당첨’처럼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기도 하는 새해. 그동안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국내 주요 기업 및 포털사이트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1990년대 새해 소원은 ‘가족의 건강’이 많았다. 1991년 삼성생명이 수도권 직장인 7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족의 건강(50.4%)이 가장 많았고 결혼(16.3%), 경제적 여유(15.3%) 순이었다. 이듬해 삼성생명이 같은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가족의 건강(59.0%)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수대교 붕괴,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1994년에 ‘안전’ 관련 소원이 많았던 것을 제외하면 ‘건강’은 1990년대 대표적인 소원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새해 소원으로 ‘경제적 여유’ 비중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0년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원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제발전(58.0%)이 가족의 건강(19.4%)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저축, 주식 등 재테크 성공’ ‘급여 인상’ ‘로또 당첨 등 돈벼락’ 등 돈과 관련한 소원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내 집 마련, 직장 내 승진, 업무 능력에 맞는 자기계발 등도 주요 소원으로 등장했다.

‘금연 및 금주’ ‘다이어트’ 등은 매년 단골로 등장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대표적 소원이다. 2010년 여성포털 이지데이가 누리꾼 3693명을 대상으로 ‘나에게 바라는 소원’을 물으니 17.0%가 다이어트 성공을 꼽았다. 직장인 정재용 씨(31)는 “매년 ‘올해는 기필코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때뿐이다”라며 “2015년 새해에도 결심했는데 꼭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직장인은 ‘자유롭게 쓰는 휴가’를 새해 소원으로 빌지만 반대로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일이 없어 ‘쉬는 고통’이 없는 것이 소원이다. 중고등학생과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는 ‘성적 향상’을 한마음으로 빌기도 한다. 대학생 박태영 씨(25)는 “매일 똑같은 아침이지만 1월 1일 하루만큼은 묵은 기억을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며 “새해는 모두의 소망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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