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면 대세는 ‘먹방(먹는 방송)’이다. 연예인이 번화가를 돌며 먹고, 유명 음식점을 찾아가 먹고, 시골에서 농사지어 먹는다. 외국 나가 먹고 정글에 가서도 먹는다.
여자 연예인이라면 내숭 없는 식탐을 보여줘야 검색어 상위에 오를 수 있다. 스케줄이 없을 때에는 ‘폭풍 흡입’ 장면을 SNS에 올려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들이 먹방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친근함이라는 이미지다. 시청자를 자연스레 착각으로 끌어들인다. 눈앞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편안한 사이로 느껴진다. 인기로 연결된다.
방송과 뉴미디어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와중에 먹방은 SNS를 타고 열풍처럼 번지는 중이다. 특히 젊은층 여성이 개인 미디어 먹방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맛집을 찾아가 친구들에게 SNS로 생중계를 한다. ‘나, 이거 먹는 중.’ 즐거운 체험을 친구들과 나누고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댓글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들의 먹방은 우월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굶지 않으며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고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과시인 셈이다. 치킨 4마리를 뚝딱 해치운 여성이 인터넷 스타가 되고 10대 여학생들의 먹방 대결이 SNS로 유명해진다.
먹방이 대놓고 외모를 따지지는 않지만 먹는 양과 체격의 함수관계가 흥행의 중요한 가늠자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날씬한 몸매는 괄호 처리된 일종의 묵계다.
자극성 있는 음식에 대한 유난한 탐닉은 그들이 그만큼 자주 상처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고도 매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으로 응어리진 마음의 스트레스를 푼다. 또한 외롭기 때문이다. 텅 빈 듯한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먹고 또 먹는다.
그러니까, 아내를 ‘주말 먹방의 여신’으로 등극시키는 것을 올해 목표로 잡아보면 어떨까. 여신을 수행하며 장단을 맞추는 조연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다. 비용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의 경우 여신이 원하는 먹방의 주제는 ‘비싼 음식’보다는 ‘성의’니까.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