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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신드롬]“아부지, 저 정치논란에 힘들었어예”

입력 | 2015-01-05 03:00:00

관객 벌써 700만… 온라인 댓글 보니




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가박스 코엑스를 찾은 중년 관객이 영화 ‘국제시장’ 입장권 판매 현황표를 바라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뒷심이 무섭다. 영화 ‘국제시장’이 지난 주말 7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이르면 5일 8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4일 “개봉 3주 차에 700만 명을 넘어 지금 추세라면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제시장’은 일반적인 ‘1000만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흥행 곡선을 보이고 있다. 개봉 1, 2주에 각종 최단 기록을 갈아 치우며 관객을 모으다가 3주 차부터 줄어드는 것과 달리 ‘국제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특히 3주 차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3일까지 나흘 동안에 233만 명이 관람해 이 기간 중 역대 최다 관객을 모았다.

개봉 첫 주 기대에 다소 못 미쳤던 ‘국제시장’ 흥행에 불을 지핀 것은 ‘보수 영화’ 논란과 영화를 둘러싼 정치·이념·세대 논쟁이다. 허지웅 영화평론가의 발언으로 촉발된 진영 갈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 강조 발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영화 관람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확대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 ‘변호인’ 때도 그랬듯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진영 싸움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며 흥행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에 대한 관객 반응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윗세대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감동적인 영화”와 “산업화 세대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만 간추려 신파조로 엮은 영화”로 엇갈린다. 극단적인 시각차는 온라인 댓글에서도 확인된다. 동아일보 영화팀은 의미망 분석 업체인 트리움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이후 31일까지 네이버 영화 섹션에 올라온 국제시장의 댓글을 살펴봤다.

최고 평점인 10점을 준 누리꾼의 댓글 중 ‘공감한다’는 클릭 수가 가장 많은 120개를 뽑아 분석했다. 영화를 지지한 이들의 반응은 ‘부모 세대의 희생에 감사하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있었다’ ‘영화 자체가 감동적이고 연기력도 훌륭했다’로 요약된다. 키워드로는 ‘감동’ ‘부모님’ ‘눈물’ ‘황정민(배우)’ ‘감사’ ‘세대’ ‘희생(고생)’의 빈도가 높았다.

반면 최하 평점인 1점을 준 댓글 중 공감 빈도가 높은 120개를 분석해 보니 △아버지 세대의 희생에 공감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감 △윤제균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비판 △지나치게 좋은 평점에는 일베(일간베스트) 같은 배후가 있다는 의혹 제기 등이 표출됐다. 키워드 역시 ‘억지’ ‘강요’ ‘신파(감성팔이)’ ‘일베충’ 등 부정적 단어들이 등장했다.

10점 만점을 준 관객이 부모의 희생에 감동을 ‘느꼈다’면, 1점을 준 관객은 부모 세대의 희생을 강조한 전개에 불편해하고 정치적인 의도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종대 트리움 이사는 “의미망 분석 결과 두 집단 모두 영화 속 아버지의 희생에 주목한 것은 공통점이지만 시각은 상이해 결국 윗세대의 희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포털 사이트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서도 영화 평점이 엇갈렸다. 네이버의 경우 10점 만점에 9.0점이었다. 반면 아고라를 중심으로 진보 목소리가 강한 다음에서는 누리꾼 평점이 6.9점에 그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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