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벌써 700만… 온라인 댓글 보니
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가박스 코엑스를 찾은 중년 관객이 영화 ‘국제시장’ 입장권 판매 현황표를 바라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제시장’은 일반적인 ‘1000만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흥행 곡선을 보이고 있다. 개봉 1, 2주에 각종 최단 기록을 갈아 치우며 관객을 모으다가 3주 차부터 줄어드는 것과 달리 ‘국제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특히 3주 차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3일까지 나흘 동안에 233만 명이 관람해 이 기간 중 역대 최다 관객을 모았다.
개봉 첫 주 기대에 다소 못 미쳤던 ‘국제시장’ 흥행에 불을 지핀 것은 ‘보수 영화’ 논란과 영화를 둘러싼 정치·이념·세대 논쟁이다. 허지웅 영화평론가의 발언으로 촉발된 진영 갈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 강조 발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영화 관람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확대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 ‘변호인’ 때도 그랬듯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진영 싸움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며 흥행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최고 평점인 10점을 준 누리꾼의 댓글 중 ‘공감한다’는 클릭 수가 가장 많은 120개를 뽑아 분석했다. 영화를 지지한 이들의 반응은 ‘부모 세대의 희생에 감사하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있었다’ ‘영화 자체가 감동적이고 연기력도 훌륭했다’로 요약된다. 키워드로는 ‘감동’ ‘부모님’ ‘눈물’ ‘황정민(배우)’ ‘감사’ ‘세대’ ‘희생(고생)’의 빈도가 높았다.
반면 최하 평점인 1점을 준 댓글 중 공감 빈도가 높은 120개를 분석해 보니 △아버지 세대의 희생에 공감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감 △윤제균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비판 △지나치게 좋은 평점에는 일베(일간베스트) 같은 배후가 있다는 의혹 제기 등이 표출됐다. 키워드 역시 ‘억지’ ‘강요’ ‘신파(감성팔이)’ ‘일베충’ 등 부정적 단어들이 등장했다.
10점 만점을 준 관객이 부모의 희생에 감동을 ‘느꼈다’면, 1점을 준 관객은 부모 세대의 희생을 강조한 전개에 불편해하고 정치적인 의도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종대 트리움 이사는 “의미망 분석 결과 두 집단 모두 영화 속 아버지의 희생에 주목한 것은 공통점이지만 시각은 상이해 결국 윗세대의 희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