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매년 ‘사진으로 본 한 해’를 골랐다는 수자 씨는 e메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대중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취임 후 가장 낮은 40%대의 지지율에 허덕이는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미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사진들이었다.
오바마뿐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언론을 통해, 때로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고민해 왔다. 노하우의 핵심은 포장된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거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손편지’를 애용했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레이건 도서관에 따르면 생전에 1만 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일례로 1983년 8월 다이애나 에번스라는 여성이 레이건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편지를 보내자 이런 답장을 썼다. “나도 그런 걱정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외교 정책을 결정할 때 그리 가볍게 움직이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
편지 소통은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1994년 11월 “제가 최근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국민들에게 알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알림으로써 이 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라는 대국민 편지를 써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편지는 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신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용 못지않게 박 대통령이 얼마나 허심탄회한 방식으로 회견을 진행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보여준 불통에 대한 아쉬움과 소통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이 필요 이상의 논란을 낳은 것이나, ‘정윤회 문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도 정치적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본래 소통이나 스킨십이 부족한 정치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당 대표로서 TV 연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해 당을 살린 적도 있다. 선거 때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전세를 유리하게 조성한 것도 손에 붕대를 감고 유권자들을 만날 정도로 국민들 눈높이 맞추는 데 능했기 때문 아닌가.
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