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최근 일부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4.4∼38.7%를 얻어 2위 후보를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이 내용을 보고받은 반 총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고 유엔 소식통이 4일 전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11월 4일 개인 성명을 통해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남은 임기(2016년 말)까지 유엔 사무총장 임무에 충실하겠다.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여론조사 대상에서 자신을 빼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소식통은 “그 성명 이후에도 반 총장 측이 대망론에 대해 ‘무대응 무반응’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최근 한국 언론 등과의 만남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2013년 12월 뉴욕특파원 송년 간담회 때 참석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지난해 같은 간담회에는 ‘무슨 말을 해도 정치적 논란과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유엔의 다른 소식통은 “반 총장의 최근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북한”이라며 “남북한 모두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이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반도 관련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았다. 유엔 안팎에서는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와 ‘인권 대화’에 나설 경우 이르면 상반기 중 반 총장이 방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다. 한 미국 기자는 “방북이 성사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실질적 기여를 하게 되면 연말 노벨평화상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