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4일 일요일 맑음. 대항해시대. #139 신해철 ‘70년대에 바침’(1996년)
MBC ‘무한도전-토토가’에 출연한 예원, 정형돈, 이재훈(왼쪽부터). 스타제국 제공
그러고 보니 90년대는 CD가 수백만 장씩 나가고,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춤을 다 하며 세상을 향해 일갈하던 서태지나 신해철 같은 천재가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하던 이상한 시절이긴 했다.
그래도 90년대가 조금 그리울 뿐이지 그리 결코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이유는 내 음악 감상 공력이 만개한 것이 CD가 저물고 MP3가 떠오른 2000년대 이후이기 때문일 거다. 국내외 수많은 가수의 수많은 노래를 불법 또는 합법,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난 ‘목돈 들여 산 라디오헤드의 ‘OK 컴퓨터’만 매일 네 번씩 네 달 동안 듣기’ 따위를 집어치운 거다.
음원차트와 인터넷 기사가 확대경 역할을 하는 ‘논란’과 ‘열풍’의 유통기한이란 어차피 짧다. 1990년대 가요는 ‘토토가’가 아니었대도 진작 클릭 한 번으로 들을 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음악만 찾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에게 딴죽을 걸 이유는 없다.
‘내가 음악을 알고 사랑하는데 요즘엔 들을 음악이 없다’는 사람들을 위해 새해엔 더더욱 노력해야겠다. 그들 중엔 때로 나도 속한다. 음지에서 활약하는 21세기형 서태지, 신해철, 아니면 전혀 다른 누군가로 통하는 원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 따사로운 과거를 등지고 노를 젓는 게 내 사명이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