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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1990년대보다 지금이 더 좋은 이유

입력 | 2015-01-05 03:00:00

2014년 1월 4일 일요일 맑음. 대항해시대.
#139 신해철 ‘70년대에 바침’(1996년)




MBC ‘무한도전-토토가’에 출연한 예원, 정형돈, 이재훈(왼쪽부터). 스타제국 제공

3일까지 두 차례 방영된 MBC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3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김건모, 지누션, 터보, 엄정화, 조성모, 쿨, 김현정, 소찬휘, S.E.S, 이정현이 나와서 1990년대 무대를 재현했더니 엄정화의 ‘포이즌’, 터보의 ‘러브 이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쿨의 ‘애상’, 지누션의 ‘말해줘’가 1∼5위…. 눈 씻고 볼 음원차트다.

그러고 보니 90년대는 CD가 수백만 장씩 나가고,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춤을 다 하며 세상을 향해 일갈하던 서태지나 신해철 같은 천재가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하던 이상한 시절이긴 했다.

그래도 90년대가 조금 그리울 뿐이지 그리 결코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이유는 내 음악 감상 공력이 만개한 것이 CD가 저물고 MP3가 떠오른 2000년대 이후이기 때문일 거다. 국내외 수많은 가수의 수많은 노래를 불법 또는 합법,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난 ‘목돈 들여 산 라디오헤드의 ‘OK 컴퓨터’만 매일 네 번씩 네 달 동안 듣기’ 따위를 집어치운 거다.

가요의 황금기가 언젠지는 모른다. 음악의 황금기는 지금이다. 한 달에 몇천 원, 아니, 인터넷이나 인터넷TV(IPTV) 가입 상황에 따라 때로 0원으로 이용 가능한 온라인 음원 서비스 사이트는 지금 300만 마리의 노래가 펄떡대는 바다다. 근데 그중에서 가입자 다수에게 집중 소비되는 것은 몇십 곡에 불과하다.

음원차트와 인터넷 기사가 확대경 역할을 하는 ‘논란’과 ‘열풍’의 유통기한이란 어차피 짧다. 1990년대 가요는 ‘토토가’가 아니었대도 진작 클릭 한 번으로 들을 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음악만 찾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에게 딴죽을 걸 이유는 없다.

‘내가 음악을 알고 사랑하는데 요즘엔 들을 음악이 없다’는 사람들을 위해 새해엔 더더욱 노력해야겠다. 그들 중엔 때로 나도 속한다. 음지에서 활약하는 21세기형 서태지, 신해철, 아니면 전혀 다른 누군가로 통하는 원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 따사로운 과거를 등지고 노를 젓는 게 내 사명이로다.

신해철을 소환하고 신중현을 소환하고 이미자를 소환해 파티를 벌이고 또 벌여도 어떤 것들은 끝내 소환되지 못한다. 그건 바로 지금, 우리들 가운데 있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잡히지 않는 현재라는 무지개, 세포가 역동하며 들숨과 날숨이 가쁘게 교차하는 순간의 혁명, 지금의 그것.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