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만난 영화 ‘국제시장’ 감독 윤제균
윤제균 영화감독(왼쪽)을 만난 서울언북초 4학년 곽내현 군.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서울언북초(강남구) 4학년 곽내현 군이 이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을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윤 감독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1년 동안 조사 또 조사
윤 감독은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힘든 세월을 견뎌온 나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60여 년 전 6·25전쟁 직후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국이 오늘날 세계 경제규모 14위로 올라서는 데는 이런 세대의 역할이 컸다는 것.
영화에는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겼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윤 감독은 6·25전쟁을 겪은 사람들과 1960, 70년대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다녀왔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영상자료를 모아 보면서 꼬박 1년 동안 조사했다고. 이후 국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화를 촬영하고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당시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
“함께 최고의 작품 만들어요”
곽 군이 “영화감독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알려 달라”고 말하자 윤 감독은 “보통 영화감독은 영화의 모든 것을 다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영화감독은 영어로 ‘director’, 즉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는 배우는 물론이고 촬영감독, 미술감독, 음향감독, 조명감독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감독은 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영화의 방향은 이것이다’라고 알리는 한편, 이들의 힘을 합쳐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책 많이 읽어요”
윤 감독은 이미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영화 ‘해운대’(2009년)를 비롯해 여러 흥행 영화를 만든 감독.
그의 놀라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올까? 윤 감독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면서 “‘해운대’는 수만 명이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때 지진해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기획된 영화”라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해 놓는다고.
이어 곽 군이 “어린 시절 감독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라고 물었다. 윤 감독은 “웃음 많고 눈물도 많은 모범생이었다”고 답했다. 어린시절 그는 게임에 빠졌던 또래들과 달리 책 읽는 것을 즐겼다고.
글·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