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셋을 키우는 대기업 직장인 김모 씨는 국세청 홈페이지의 연말정산 자동계산기로 공제액을 계산하다 깜짝 놀랐다. 소득과 씀씀이가 2013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예상 환급액이 30만 원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녀공제가 축소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무심코 넘겼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당혹스럽다”며 “출산을 독려한다면서 세금은 더 걷어간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6세 이하 자녀를 두 명 이상 둔 직장인이라면 올해 김 씨와 같은 일을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자녀 공제 축소 등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이 2013년 말 국회를 통과한 뒤 이번 연말정산에서 처음 시행되기 때문이다.
5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6세 이하 자녀가 세 명인 연소득 5000만 원 직장인이 연말정산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외에 다른 공제를 받지 않을 경우 2013년에는 소득세로 170만6570원을 납부했지만, 2014년에는 38만7750원 증가한 209만4320원을 내야 한다. 연말정산 환급액이 38만 원 가량 줄거나 세금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유는 세법개정으로 자녀공제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6세 이하 자녀 한 명당 100만 원씩 소득공제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자녀 나이와 상관없이 1인당 15만 원씩 세액공제를 해 준다. 다만 자녀가 3명 이상일 때는 세 번째 아이부터 세액공제 규모가 ‘1인당 20만 원’으로 커진다. 3자녀 이상일 때 1명당 200만 원씩 추가로 해 줬던 소득공제는 폐지됐다.
과거에는 자녀가 많을수록 소득공제 규모가 커 납부세액이 적었지만, 이번부터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자녀 1명당 15만 원 혹은 20만 원’ 세액공제를 적용받아 상당수 직장인의 세 부담이 늘게 됐다. 납세자연맹 측은 “세액공제 신설로 줄어드는 세금보다 다자녀 추가공제 등의 폐지로 추가 납부하는 세금이 더 많아 자녀가 많은 중산층이 손해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소득 수준에 따라 일부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자녀가 7~20세일 경우에는 오히려 공제혜택이 소폭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다자녀 가구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