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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김진현? 주전 골키퍼 경쟁에 2002년 추억이…

입력 | 2015-01-05 18:31:00


단 한번의 낙점으로 영영 밀릴 수 있다. 골키퍼는 주요 대회를 앞두고 한 번 주전으로 결정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운재(42·올림픽팀 골키퍼 코치)와 김병지(45·전남 드래곤즈)의 경쟁에서 이운재가 낙점 된 뒤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대표팀 주전을 꿰찼듯 골키퍼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골키퍼 코치였던 김현태 FC서울 스카우트 팀장은 “골키퍼는 골문도 잘 막아야 하지만 수비수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수비수들이 불안해하면 절대 주전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한번 결정되면 쉽게 안 바뀐다”고 말했다.

9일 호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김승규(25·울산 현대)와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벌이는 수문장 주전 경쟁이 ‘2002년의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2002년한일 월드컵 당시 폴란드와의 조별 예선 1차전 전날에야 이운재는 한국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최종 낙점됐다. 이번에도 대회 개막 때까지 누가 주전이 될지 모르는 형국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2-0 승) 때 김진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김진현은 골과 다름없는 상대 오버헤드킥을 막아내는 등 선방했지만 후반엔 김승규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둘을 놓고 아직도 저울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용병술이었다.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는 정성룡(30·수원 삼성)은 출전하지 않았다.

슈틸리케호에선 김진현이 이날 경기를 포함해 5차례 평가전 중 3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골키퍼 경쟁의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진현은 큰 대회 경험은 없지만 193cm의 큰 키에도 민첩성과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28년만의 금메달 획득에 한몫한 김승규는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다.

45세의 나이에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김병지는 “경쟁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법이다. 나를 위한 팀은 없고 팀 속에 동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 김병지는 경기 때 하프라인까지 나가는 등 다소 튀는 플레이를 펼쳐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았던 이운재는 “나는 그저 죽도록 열심히 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대표팀의 치열한 골키퍼 경쟁에 대해 “내가 나설 자리는 아니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운재는 “결국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규냐 김진현이냐. 10일 오후 2시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1차전에 누가 수문장으로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