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0일 맞는 단통법… 미래부 “정착단계” vs 소비자 “글쎄”

정부는 시행 3개월이 지난 현재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며 자화자찬이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한물간 휴대전화를 대신 팔아주는 격”이라며 “단통법이 아니라 ‘단촉법(구형단말기소비촉진법)’이 됐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최신폰 욕구 눌러 통신비 완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시행 이후 3개월 만에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장이다. 소비자들은 고가 요금제 대신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고, 이통사들이 주는 지원금도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 같은 효과가 모두 구형 휴대전화에만 집중되는 문제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공짜폰’이 된 갤럭시 노트3가 대표적인 예다.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이 휴대전화는 단통법 규정에 따라 지원금 한도가 사라졌다. 요금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KT는 최대 88만 원까지 지원키로 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출고 가격 수준까지 지원금을 인상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미래부가 말하는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는 사실상 최신폰에 대한 욕구를 눌러 가계 지출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한국 소비자는 구형폰만 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통법이 불법 보조금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1월 초 벌어진 ‘아이폰6 대란’처럼 이통사의 필요에 의해 불법 보조금 살포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늘 내재돼 있다.
이통사들이 영세 대리점들을 옥죄는 도구로 단통법을 악용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은 최근 ‘아이폰6 대란’ 당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대리점의 영업을 중지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에 근거한 조치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대리점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불법 보조금을 조장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제재를 할 경우 ‘주범이 공범을 처벌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대리점을 희생양으로 삼는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자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 초기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통법은 소비자,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 시장 참여자들의 고질적인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용 kky@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