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스포츠동아DB
“최고연봉이라고, FA라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원래 하던 대로 제 야구를 할 겁니다.”
두산 김현수(27·사진)가 5일 2015시즌 연봉 7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연봉 4억5000만원에서 3억원(66.7%)이 인상된 파격적인 금액이다. 이로써 그는 프리에이전트(FA) 및 해외복귀선수를 제외하고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자로 이름을 올렸다.
● 7억5000만원의 의미
김현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한다. 시즌도 시작하기 전부터 FA최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두산뿐 아니라 국가대표 붙박이 외야수다. ‘타격기계’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타격 메커니즘이 좋다. 최대장점은 꾸준함이다. 확실한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한 2008년부터 매년 120경기 이상을 뛰었고, 2012년(0.291)을 제외하고 매 시즌 타율 3할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특별한 부상도 없었고, 국제경기를 치르고 난 직후에도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묵묵히 소화하는 놀라운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 속전속결 1초에 계약체결
두산과 김현수의 계약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김현수는 협상테이블에 앉자마자 ‘사인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바로 볼펜을 손에 쥐었다. 금액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듯 연봉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사인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실제 김현수는 비(非)FA 역대 최고연봉자가 됐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기쁘다. “구단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그동안 노력을) 인정해주신 것 같아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FA’나 ‘최고연봉’보다 중요한 게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 할 수 있느냐’다.
● “FA? 내 야구하겠다!”
김현수는 연봉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출입하기 시작한 곳이다. 대형계약을 체결한 이날도 평소처럼 구슬땀을 흘리며 내일을 준비했다. 김현수는 “운동하고 있었다. 겨우내 야구를 못 하니까 심심해서 운동만 하게 된다”며 “비FA 최고연봉은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뛰겠지만 FA라고 특별하진 않다. 올해도 원래 하던 대로 내 야구를 할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올해 목표도 ‘팀의 가을야구’뿐이다.
김현수는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도 드러냈다. 그는“올해 재미있을 것 같다. 경기수가 늘어나지만 144경기를 하면 그만큼 야구를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난 야구를 많이 하는 게 무조건 좋다. 올 시즌은 야구를 오래 못해서 심심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야구가 좋았고, 야구밖에 모르는 김현수가 2015시즌을 손꼽아 기다리는 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