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수사결과 발표]박지만에 넘긴 문건 내용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허위로 밝혀진 ‘박지만 미행 보고서’ 서두에 정 씨의 미행 동기를 이런 취지로 장황하게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17건의 청와대 문건을 줄줄이 넘긴 이유도 여기에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 서향희 관련 자료들 ‘박지만 비선’으로 보고
‘VIP 인척 친분 과시 변호사(L 씨) 동향 보고’에는 L 변호사가 서 변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사건 수임을 한다는 동향이, 기업인 관련 보고서에도 서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거나 고문을 맡았던 기업주들의 조세포탈이나 주가조작 관련 첩보들이 담겨 있다.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 이어 박근혜 캠프의 외곽조직을 이끌었던 기업인 L 씨의 공천 알선 관련 금품수수 의혹 관련 문건도 확인됐고, ‘㈜EG 대주주(박지만) 주식 일부 매각에 따른 예상 동향’처럼 박 회장의 사업에 대해 청와대가 파악한 정보가 역으로 박 회장에게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 부부 관리 차원에서 문건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에게 전달된 17건은 모두 민간인에게 넘어가선 안 될 대통령기록물이며 그중 범죄 첩보 등 10건은 공무상 비밀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건들은 대부분 만들어지자마자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 경정에게서 박 회장의 측근 전모 씨(40)를 통해 박 회장에게로 넘어갔는데, ‘정윤회 동향’ 문건은 지난해 1월 6일 작성 당일 박 회장에게 전달됐다. 정 씨 관련 정보의 생산과 전달은 조 전 비서관과 3인방 간 인사 갈등이 불거진 2013년 12월∼이듬해 1월에 집중됐다.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비밀 문건을 수시 보고한 이유는 박 회장에게 ‘충성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권력 투쟁의 고비에선 박 회장의 힘을 이용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박 회장이 8개월여 동안 조 전 비서관 등의 ‘비선 보고’를 용인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 등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고받은 것 자체가 대통령 동생으로서의 처신에 맞지 않고, 이런 행동이 거꾸로 이들의 일탈행위를 조장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 회장은 5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조용히 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로 정윤회가 피해자가 되고 이쪽(박지만 조응천 박관천)이 가해자가 돼 버렸다”며 “(박 회장은) 앞으로 별다른 액션 같은 것 취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용히 살기로 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열 dnsp@donga.com·신동진·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