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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맨큐-피케티, 커지는 논쟁

입력 | 2015-01-06 03:00:00


경제학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은 19세기 초반 영국 곡물법 폐지를 둘러싼 리카도와 맬서스의 논쟁이다. 리카도의 자유무역과 맬서스의 보호무역이 맞붙어 자유무역이 승리했다. 20세기에 다시 큰 논쟁이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이에 벌어졌다. 케인스는 국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하이에크는 가능한 한 시장에 맡길 것을 주장했다. 처음에는 케인스주의가 승리한 듯 보였으나 결국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가 승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논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한편에, 그레고리 맨큐가 다른 한편에 있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영역되면서 전선은 크루그먼의 지지를 받는 피케티와 맨큐 사이로도 번졌다. 피케티와 맨큐가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차학술총회에서 맞붙었다. 피케티는 주요 선진국의 300년 조세 자료를 분석해 부의 소수 집중을 증명했지만 맨큐의 응답은 “그래서 어쩌라고?”였다. 부의 불균형은 경제적 기여의 당연한 대가라는 것이다.

▷피케티 훨씬 이전에, 피케티보다 훨씬 유명한 경제학자가 프랑스에 있었다. 장바티스트 세이다. 세의 법칙은 공급이 이뤄지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므로 공급 과잉은 없다는 것인데 리카도와 맬서스 논쟁에도, 케인스와 하이에크 논쟁에도 세에 대한 입장이 깔려 있다. 맬서스와 케인스는 세의 법칙을 부인한다. 자본주의는 놔두면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빠진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이 점을 끝까지 밀고 간 사람이 마르크스다.

▷피케티의 책 제목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패러디했지만 혁명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부유세 부과 같은 정치적 개입으로 부의 소수 집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유세는 한 나라에서만 부과하면 부자가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어 그가 주장한 것이 글로벌 부유세다. 반면 맨큐는 한 개인의 부는 세대를 거치면서 분산되고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평균치에 접근한다고 본다. 쉽게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그래서 논쟁은 계속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