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서 너한테 줄 돈을 다 뺏겼어…”
5일 오후 9시경 부산 수영구 김모 씨(29) 집 안에 들어서던 친구 정모 씨(29)는 이렇게 말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얼굴은 사색이 됐다. 놀란 김 씨는 112에 신고했다. 자택 주소지와 범죄 발생지를 관할하는 2개 경찰서에서 94명이나 출동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상대로 경위를 캐물었다. 정 씨는 “친구에게 빌린 5000만 원 중 일부를 갚기 위해 750만 원을 차량에 싣고 가던 중 덤프트럭과 접촉 사고가 났다. 트럭에서 내린 남자 2명이 갑자기 흉기로 배를 찌른 뒤 돈을 갖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친구 김 씨를 통해 정 씨의 거짓말 여부를 확인했다. 김 씨는 전화를 걸어 “진짜 강도당한 것이 맞냐? 경찰 수십 명이 수사하는데 거짓말이면 금방 들통난다”고 설득했다. 정 씨는 결국 “사실은 오늘 돈을 갚을 수 없어 지어냈다. 내가 직접 배도 찔렀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들은 경찰은 입원 중인 정 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고 6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정 씨는 김 씨 등 친구 4명에게 모두 1억60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