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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R&D인력 4년간 7345명 충원

입력 | 2015-01-07 03:00:00

2018년까지 사상최대 81兆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땅의 고가 매입(낙찰가 10조5500억 원) 논란 이후 주가가 떨어지자 배당 확대와 ‘2020 연비 향상 로드맵’, 자사주 매입, 해외공장 신설 등의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번 투자 발표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투자를 적극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와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국내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부 정책도 직간접의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선 것은 자동차산업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를 비롯해 무인차 등 스마트자동차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구글이나 LG전자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들마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준비를 갖추면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차별화된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해졌다.

이번 투자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된 것은 올해 중국 2곳과 멕시코 1곳 등 3곳에서 공장 신설이 동시에 진행된 영향도 있다. 통상 공장 1곳을 지으려면 18개월 동안 약 2조 원을 투자해야 한다. 2018년까지 해외공장 신설에만 약 6조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한전 본사 땅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투자에 포함되면서 전체 투자액은 더욱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토지 매입비용인 10조5500억 원을 포함해 총 1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기업소득환류세제도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일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투자로 현대차그룹은 4년간 국내에만 연평균 15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 2013년 현대차그룹의 연간 당기순이익과 비슷한 규모로 향후 사내유보금을 사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불가피한 투자가 많았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투자를 늘리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명세를 뜯어 보면 사실상 완성차 부문에 전체 투자액의 85%인 68조9000억 원이 투입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개발에 약 11조3000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 수준을 가늠하는 스마트자동차에도 2조 원을 투자한다.

정몽구 회장

현대차그룹 측은 “향후 4년간 친환경 기술 및 스마트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 3251명을 포함해 총 7345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부품사(현대모비스) 3조9000억 원, 철강사(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3000억 원, 건설·물류(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글로비스) 부문까지 투자에 나서면서 수직계열화된 자동차그룹의 위상을 더욱 다져나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 발표에서 울산과 경기 화성, 충남 서산 등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등 시설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 신증설 등 대규모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투자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투자 명세를 보면 국내에는 친환경차 등을 포함한 고급 기술개발 위주의 기능을 확대하고 생산은 해외에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가 이번 발표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2013년 기준 R&D 투자액은 10억3360만 유로(약 1조3643억 원)로 세계 자동차·부품업계에서 14위에 그쳤다. 가장 많이 투자를 한 도요타는 62억6990만 유로를 투자해 현대차의 6배에 달했다. 뒤를 이어 다임러(53억7900만 유로), 제너럴모터스(52억2080만 유로), BMW(47억9200만유로), 로버트 보쉬(46억5300만 유로) 등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그간 R&D 투자액이 경쟁사에 비해 적어 친환경차나 스마트자동차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시무식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R&D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의 R&D 확대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경쟁사들이 R&D 투자보다 신흥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데 자금을 쓰는 만큼 이 시기에 R&D를 늘리면 뒤따라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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