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월의 주제는 ‘배려’]<2>가족과 먼저 살가운 소통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지난해 11월 말 4038만 명을 넘겼다. 이 중 79.4%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한다. 대부분 스마트폰 메신저로 소통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메신저는 소통의 도구가 됐지만, 정작 부모 자식 간의 소통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타인 vs 가족…두 얼굴의 메신저
‘집에 못 오니?(11월 4일)’ ‘집에 못 오니?(11월 13일)’ ‘술 마시니?(11월 15일)’ ‘어디서 잤니?(11월 28일)’….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아들은 내내 답을 하지 않다 마지막 메시지에만 ‘친구 집에서 잤다’고 답했다. 이 아들은 “이후에 전화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모자 간 대화다. 어머니는 여행 가는 아들에게 ‘좋은 추억 쌓고 와라. 건강하고 맛난 것 많이 사먹고∼ 지갑 여권 조심♡’이라고 보냈지만 아들은 답이 없었다. 재차 ‘버스 탔냐?’고 메시지를 보내자 아들은 ‘oo’이라고 답했다.
“공기가 소중한데 공기에 매일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 그래도 마지막에 떠오르는 얼굴은 가족
“밖에선 활달해요, 친구도 많고. 그런데 밖에서 노느라 나랑 얘기할 기운도 다 빼고 오는지….”
직장인 아들을 둔 어머니 박정재 씨(55)는 가끔 서운함을 느낀다. 아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선 활발하게 선후배나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관심사인 자동차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올리지만 어머니인 자신과는 메신저 대화조차 거의 하지 않아서다. 어쩌다 “밥은 먹었냐”고 보내도 답이 없거나 ‘안 읽음’ 표시가 지워진 지 한참 지난 뒤에야 “응”이라는 답이 온다. 박 씨는 “아들의 직장 생활은 어떤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페이스북으로 짐작만 할 뿐”이라며 “집에서라도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소통은 의사소통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러나 오히려 가족 간의 소통을 막았다는 역설이 나온다. 고선주 가정을건강하게하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는 “한 지붕 아래 있어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느라 오히려 가족 간의 대화나 눈빛·몸짓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가족 대신 친구나 사회적 지인 등에게만 열려있는 모바일 메신저도 중요한 순간엔 가족에게 열린다. 2001년 9월 납치된 항공기가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들이받을 때, WTC가 무너지기 직전에, 그 안의 사람들은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4월 16일 가라앉던 세월호에서도 승객들은 가족들과 가까운 이들에게 한결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가족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사랑해”였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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