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 취재한 구자룡 특파원이 본 난핑촌
구자룡 특파원
이곳에서 나고 자란 한 조선족 동포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북한 쪽에서 산불이 나면 초등학생까지 동원해 두만강을 건너 불을 끄러 갔다고 한다. 물론 넘어가고 오는 데 어떤 출입국 수속이나 검문도 없었다.
북한 최대의 노천 광산이 있는 무산군 인근의 두만강은 제법 폭이 넓어 겨울이면 이곳에서 북한 측이 주최하는 빙상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때는 중국 아이들도 강으로 나가 구경했다.
그런데 1970년대 말부터 중국에서 치안을 맡은 ‘치보주임’이 아이들에게 북한에 넘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들키면 혼이 나곤 했다. 1980년대에는 ‘월경 벌금’이라는 것도 생겼다. 어느 때부터인가 북한에서 넘어온 주민이 중국 농촌 마을에서 밥을 얻어먹고 가거나 소나 돼지 등 가축을 훔쳐 간다는 소문이 들렸다. 양쪽 국경 경비도 강화됐다.
북한의 ‘월경 구걸’이 늘어도 군인들만큼은 ‘공화국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밥을 얻어먹으러 오지 않았다. 군인들까지 ‘월경 구걸’에 나선 것은 10년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핑 촌 주민들은 “볼살이 빠진 북한 병사가 어두워진 후 마을에 찾아와 ‘밥을 좀 달라’고 요청하면 간단하게 챙겨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총을 들고 강도와 살인’까지 하자 “이제는 더 못 살겠다”며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 이곳은 국경 양쪽 모두 경비 초소를 두고 무장한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이 마을 주변에서는 북-중 국경 어느 곳보다 긴장이 느껴졌다. 평화롭던 농촌 마을이 공포의 마을이 되어버린 것이다.
6일 옌볜(延邊) 지역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이번 일을 계기로 허룽 일대 국경 마을을 돌며 일일이 가정 방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지린 성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북한군 탈영병의 주민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북한 접경지역 촌락의 치안을 강화한 데 이은 강력 조치다. 허룽 시의 한 주민은 “며칠 전 공안이 집에 찾아와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