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프로야구 경기시간… 10분 단축목표 달성할지 의문 어린 팬들이 지루해한다면 미래를 어둡게 하는것 아닌가
▷엿가락처럼 늘어진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 스피드업 회의를 열어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은 2분 45초에서 2분 30초로 줄었다. 또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 발은 타석 안에 둬야 한다. 타자가 등장할 때 테마송은 10초 이내로 하고 타자는 테마송이 끝나기 전에 타석에 들어와야 하고, 어길 경우 주심은 투수에게 투구를 지시한 후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수 있다. 타자는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할 때 뛰어야 한다. 감독 어필 때 수석코치는 동행할 수 없다. 일단 올 시즌 목표는 10분 단축이다.
▷이 가운데 팬들의 비판을 받은 방안도 있다. ‘타자 테마송’ 관련 조항이다. 일부 팬은 “테마송에 맞춰 응원하는 즐거움이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다만 제재가 없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규정을 지키지 않고 노래가 다 끝난 뒤에야 타석에 등장하는 타자들도 꽤 있었다.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멋지게 보일지 몰라도 상대 팬들에게는 큰 실례다. 10초는 적은 시간이 아니고, 야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스피드업은 반복돼 왔다. 그럼에도 경기 시간이 늘어난 것은 방망이와 마운드의 불균형 심화라는 구조적인 이유가 크다. 하지만 선수들이 스피드업의 중요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도 주요한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경기가 3시간을 훌쩍 넘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대부분의 어린이가 오후 10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데 평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하는 프로야구를 끝까지 보기 어렵다. ‘야구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많다면 프로야구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여전히 ‘나 하나쯤’ 하는 생각으로 경기 시간을 줄이려 노력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그는 프로야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죄를 짓는 것이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