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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울혈사회로 만든 불공정 청산하자”

입력 | 2015-01-07 03:00:00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첫 심포지엄
인촌기념회-동아일보-채널A-고려대 공동주최
“부패정치와 양극화에 분노 확산… 공공성 높일 제도-문화혁신 시급”




공공성의 위기 극복할 해법은…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경영대 LG-POSCO관에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운데)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우리 사회 공공성 붕괴의 원인과 해법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사회가 국가와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공공성의 가치를 확립하지 못하면 제2의 도약을 이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사적(私的) 이익과 집단이기주의가 공공성의 기반을 질식시키는 공적(公的) 가치의 부재현상을 탈피하기 위한 제도·문화적 혁신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됐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 채널A, 고려대가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공동 주최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에서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공공성의 원칙에 따라 세월호 참사를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일부 시민사회는 아픔의 치유를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기보다는 참사를 정치적, 이념적으로 활용하며 공동체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불공정한 사회구조가 대중의 불만과 극심한 사회갈등, 스트레스를 야기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복무와 승복을 가로막는 사회적 분노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정의롭지 못한 정치와 극심한 양극화, 불공정한 경제사회적 관행이 21세기 한국사회를 분노와 스트레스, 울분, 혈기의 분출이 가득한 거대 ‘울혈(鬱血)사회’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울혈사회에서 대중은 모든 사회문제를 정치권 등 남의 탓으로 돌리는 책임회피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정치집단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를 무기로 삼아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는 ‘분노 장사’에 몰입하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태 이화여대 교수는 “진지한 장인정신과 직업윤리 없이 내세우는 공인의식이나 정치이념은 특정집단의 이데올로기에 그칠 수 있으며 사람을 교조적 정치운동의 행동대원으로 내몰기 쉽다”면서 그 예로 종북주의를 들었다.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공공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참석자들은 교육을 통한 시민윤리 확립과 함께 법의 공정한 집행과 제도개혁을 강조했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정치와 경제, 문화에서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혁과 문화혁신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평중 교수는 “정치를 비롯한 공직에 너무나 많은 희소자원이 집중된 현실을 타개하고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시민적 팔로어십과 수평적으로 어우러지는 역동적인 공화(共和)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는 우리에게 누적돼온 부작용의 압축된 적폐를 시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주었다”고 말했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의 정신은 선진화된 국가 건설을 위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공적 가치”라고 밝혔다.

(상보는 8일자 2개 면에 보도 예정입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