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순위싸움이 치열할수록 세트 득실까지 따져야 될 상황이 자주 오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1위로 올라선 비결은 승부의 고비에 해당하는 3세트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 여자배구 6개구단 세트별 승패분석
13승5패로 시즌 성적 12승6패보다 좋아
베테랑의 팀 도로공사 세트별 기복 없어
현대건설 폴리의 힘 1세트 13승3패 최고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순위다툼이 치열하다. 매일 경기가 끝나면 선두가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풀세트 경기도 많다. 어느 팀 감독도 경기 내내 승패를 장담하지 못한다. “피가 마른다”는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의 말처럼 감독은 죽을 맛이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여자부 6개 팀이 6일까지 치른 세트별 성적표에는 각 팀의 장단점이 드러난다.
● 3세트가 강한 IBK기업은행
IBK는 여자배구팀 가운데 삼성화재의 색깔이 가장 진하게 배어있다. 이정철 감독과 신치용 감독은 성균관대 선후배로 가족끼리 왕래할 정도로 친하다. 손재홍 수석코치도 삼성화재 출신이다. 2년 전 IBK가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을 때 신 감독은 큰 경기를 앞둔 컨디셔닝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줬다. 배구는 득점이 아닌 실점의 경기라고 믿고 수비와 잔볼 처리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하다. 삼성화재는 남자부에서 3세트 승률이 가장 높다. 19승1패(6일 기준)다. IBK도 여자부 최고 승률이다. 13승5패로 시즌 성적(12승6패)보다 좋다. 에이스 데스티니의 공격 스타일도 레오와 닮았다. 높은 타점에서 송곳처럼 때린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의 경기운영 능력도 세트가 갈수록 좋아진다. 상대의 블로킹과 수비 패턴을 보고 빈틈을 찾아내는 센스와 눈이 좋다. 5세트 승률도 4승2패로 나쁘지 않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을 잘 드러내는 데스티니의 스타기질과 김희진 박정아의 공격이 함께 터지면 무섭다.
● 꾸준하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도로공사
● 처음과 끝이 무서운 현대건설
이번 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 폴리를 영입한 현대건설은 유난히 1세트가 강하다. 13승3패로 최고 승률이다. 폴리의 엄청난 파괴력을 앞세워 기선제압을 잘한다. 대신 세트가 이어질수록 승률이 떨어진다. 양철호 감독이 경기 내내 마음을 졸여야 하는 이유다. ‘작두배구’라는 표현도 현대건설 선수들의 들쭉날쭉한 세트별 플레이 편차에서 비롯됐다. 유난히 3세트가 약하다. 7승9패로 시즌 성적(12승4패)과 비교하면 의외다. 3-0 완승으로 경기를 끝낼 상황에서 쉽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대신 5세트에 끌려가면 다시 전투력이 살아난다. 폴리가 있기 때문이다. 4승1패로 상대를 압도한다.
● 마무리 짓는 능력에서 아쉬운 흥국생명
최근 4연패에 빠져 한창 때의 기세가 사라진 흥국생명은 4세트에 유난히 약하다. 2승6패다. 3연승∼3연패∼4연승∼4연패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다. 세트를 리드할 때 승점3을 추가할 기회를 자주 놓치고 리드당할 때에는 끝까지 잘 버티지 못해 승점1을 얻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난해 챔피언에서 5위로 추락한 GS칼텍스는 첫 세트 승률이 나머지 세트보다는 좋다. 초반 기세는 좋지만 그것을 다음 세트에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대전|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