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산업부
외국계 담배회사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공급하는 담배는 담뱃값이 오른 올해에도 여전히 2700원 안팎에 팔리고 있습니다. 싼 담배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두 회사의 담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50%가량 늘었습니다. 담배회사 입장에서 공급을 늘리면 ‘반짝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기회지만 어찌된 일인지 두 회사의 담배 공급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 이유는 새해부터 오른 담뱃세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담배회사가 공장에서 출하하는 담배에는 지난해(갑당 약 1500원)의 두 배가 넘는 약 3300원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결국 담배를 2700원에 판매하는 두 회사가 올해 담배 공급량을 늘린다면 최소한 갑당 600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거죠.
반면 JTI코리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담배를 내놓고 있지만 공급량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담배 생산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 JTI코리아로서는 자체 공장을 갖고 있는 담배회사와는 달리 공급량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편의점 업계와 소비자들은 “담배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불만입니다. 6일 편의점 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편의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BAT코리아를 겨냥해 “담배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냈습니다. 담배를 살 때 다른 상품도 함께 구입하기 마련인데 담배 판매를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상품의 매출까지 타격을 입게 됐다는 하소연입니다.
물론 두 회사의 담뱃값이 오르면 여러 가지 불만과 잡음은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이달 13일부터 담뱃값을 올리기로 한 BAT코리아와 달리 아직 JTI코리아는 본사 지침을 못 받아 담뱃값 인상 시기를 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하루빨리 담뱃값을 둘러싼 혼란이 가라앉길 바랍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