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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주에너지원은 천연가스일까 태양광일까

입력 | 2015-01-08 03:00:00

‘시나리오 플래닝’ 大家 콩 박사… 정치권력 유형따라 두 모델 제시
‘큰 정부’선 친환경 연료 각광… 피플파워 세면 신재생에너지 대세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DBR·HBR 독자 초청 정기 세미나’에서 조운 콩 셸 수석 애널리스트가 강연하고 있다. 셸 제공

2050년의 정치권력은 어떤 모습일까? 천연가스와 태양광 중 어떤 에너지원이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렇게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상정해보고 각각에 맞는 대안을 준비하는 것을 ‘시나리오 플래닝’이라 부른다. 글로벌 대기업 중 이를 잘 활용하는 곳으로 셸, 지멘스 등이 꼽힌다. 특히 셸은 일찍부터 이 기법으로 오일쇼크와 옛 소련 몰락 등 격변기를 무사히 넘긴 바 있다.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HBR Korea)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개최한 독자 초청 정기 세미나에서 셸 시나리오팀 수석 정치애널리스트 조운 콩 박사가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다. 싱가포르 출신인 콩 박사는 1994년 셸 입사 전엔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 세 가지 패러독스

미래는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진다. 먼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 패러독스(역설)를 알아보자. 첫 번째는 번영의 패러독스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화가 진행되며 가장 이득을 본 계층은 글로벌 부유층, 그리고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다. 반면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선진국의 중산층은 소득이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세계화의 득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으로 ‘내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많다. 이런 마찰이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동력이 된다.

두 번째는 연결성 패러독스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한편으론 정부와 기업의 통제력도 키웠다. 우리가 구글을 이용하는 것인지 구글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세 번째는 리더십 패러독스다. 대중은 정보통신기술 덕분에 더 많은 사회적 권력을 갖게 됐고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부유층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여기서 마찰이 생긴다.

○ 마운틴 vs 오션 시나리오

이상 세 가지 패러독스를 바탕으로 두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국가의 권력이 강해지고 엘리트 지도층에 의한 하향적 리더십이 대세가 되는 ‘마운틴’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국가가 산업정책으로 경제를 움직인다. 성장률은 다소 줄어든다.

마운틴 시나리오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힘으로 환경오염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도시화 덕분에 글로벌 에너지 효율도 올라간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천연가스가 석탄과 석유를 누르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한국은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오션 시나리오’다. 정부가 아닌 대중, 즉 ‘피플 파워’가 미래를 바꿔가는 경우다. 오션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경제의 역동성이 올라가게 되고 에너지 소비량과 가격도 마운틴 시나리오보다 더 빨리 증가할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2060년경 태양에너지가 석유, 석탄을 제치고 제1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단, 한국에서는 태양에너지보다 풍력발전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

두 시나리오 중 어느 쪽도 지구온난화는 막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힘으로나 시장, 시민의 힘으로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 2100년경에 이르러야 탄소중립적인 경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