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공격 참가한 서방국가 대상… ‘외로운 늑대’ 자생적 테러 늘어 이슬람 증오범죄 악순환 이어져
테러 촉발한 IS 지도자 풍자 만화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인 알 바그다디가 “특히 건강!”이라고 외치는 신년사 모습을 풍자한 샤를리 엡도 만화. 이 만화가 트위터에 올라오자 이슬람국가는 몇 분 뒤 “프랑스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위협 1시간 만에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트위터 캡처
○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슬람 테러
최근 공격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프랑스를 포함해 캐나다 호주 등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공격에 동참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프랑스 동부 디종에선 40세 남성이 이슬람 신앙고백인 ‘알라후 아끄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군중을 향해 돌진해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11명이 다쳤다. 전날엔 이슬람으로 개종한 20세 남성이 프랑스 중서부 도시 주레투르 교외지역의 경찰서에서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3명이 다쳤다. 아프리카 부룬디 태생의 프랑스 국적자인 이 남성 역시 ‘알라후 아끄바르’라는 말을 반복해 외쳤으며 결국 경찰에게 사살됐다.
호주 시드니에선 지난해 12월 15일 IS를 추종하는 이란계 50대 남성이 도심 카페에서 17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여 범인을 포함해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캐나다 오타와에선 지난해 10월 22일 이슬람으로 개종한 32세 남성이 경찰을 사살한 뒤 총리가 일하는 의사당으로 난입해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되기도 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2013년 5월 이슬람 극단주의자 2명이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군인을 참수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서방국가가 아닌 지역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역에서 탈레반 반군 6명이 정부군 부설 학교를 공격해 학생 130여 명과 교사 9명 등 140여 명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4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국제공항 인근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시민 4명이 숨졌다.
서방국가에서 벌어지는 테러가 주로 테러 단체와의 연계가 없이 자생적으로 벌이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라면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이슬람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IS와 보코하람 같은 악명 높은 테러조직의 소행이라는 특징이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보코하람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1만340명에 달한다. 또 유엔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IS에 테러로 희생당한 사람은 1만733명이다.
샤를리 엡도 테러를 계기로 유럽에서 또다시 반(反)이슬람 정서가 고조돼 극우정당들이 힘을 얻고 이슬람 증오 범죄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이슬람 정서는 다시 이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테러의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독일에선 지난해 12월 반이슬람 시위에 1만7000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이들은 “무슬림 이민자가 너무 많아 서구의 전통적인 기독교문화와 전통이 퇴색되고 있다”며 “피부색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들은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럽 인구의 3% 정도가 무슬림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과거 유럽의 식민지배를 받던 북아프리카 출신이다. 유럽에 부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는 극단적 이슬람 증오 범죄를 낳는다. 스웨덴에선 연말연시 일주일 동안 세 차례나 모스크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에선 지난해 6월 이슬람 복장인 아바야를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여성이 산책 중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이슬람 증오 범죄는 2011년 7월 노르웨이에서 안데르스 브레이비크(32)가 “이슬람의 침공을 받은 유럽을 구출하겠다”며 무고한 시민과 학생 76명을 사살한 사건이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도 반이슬람 정서 확산에서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500만 명이 넘는다. 서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5월 반이슬람 정책을 표방한 국민전선(FN)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해 프랑스 제1당에 올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