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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지도자 풍자 1시간 뒤… “예언자의 복수” 외치며 난사

입력 | 2015-01-08 03:00:00

[파리 도심서 ‘이슬람 테러’ 참사]피로 물든 테러현장
괴한들 편집국 난입 닥치는대로 쏴, 차량 뺏어 도주… 佛전역 테러경보
잡지사 대표적 만화가 모두 숨져… IS, 테러 직전 “佛 공격하겠다”
올랑드 대통령 사고현장 달려가… “야만적 테러에 맞서 국민 단결을”






경악과 공포, 분노…. 최근 20여 년간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공격으로 프랑스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파리 시내 한복판이 무방비로 뚫렸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의 시사만화 잡지 ‘샤를리 엡도’가 무장 괴한들의 테러 공격을 받자 프랑스 정부는 전국에 최고 수준의 테러경보를 내렸다. 특히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종교시설과 주요 쇼핑가, 언론기관, 교통시설 등을 집중 감시 중이다.

○ 한낮의 파리 중심부 테러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파리 11구에 있는 ‘샤를리 엡도’ 본사 건물에 최소 4명의 무장 괴한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검은색 옷과 마스크에, 카키색 탄약 자루를 착용하고 있었고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로켓포, 펌프연사식 산탄총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BBC는 “전형적인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의 복장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건물에 침입하기 전부터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사격하기 시작했고 잡지사 편집국에 침입한 뒤 5분 만에 수십 발의 총탄을 발사해 총 12명의 기자와 만화가, 직원, 경찰관들이 숨졌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공격으로 ‘샤를리 엡도’의 발행인 겸 만화가인 샤르브를 비롯해 월링스키, 카부, 티그누 등 이 잡지사의 대표적인 만화가가 모두 사망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확인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잡지사에 진입하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 뉴스 작성실에 있는 기자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날 총격으로 잡지사에 있던 일부 직원은 옥상으로 피신해 목숨을 건졌다. 파리 경찰청 대변인 로코 콩탕토는 “테러범들이 모든 사람에게 총을 쐈다. 이것은 대량학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뒷문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탈출하기 직전에 골목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BFTM TV가 입수한 현장 비디오에서는 괴한들이 경찰과 교전을 벌이면서 “예언자(무함마드)의 복수가 행해졌다!” “샤를리 엡도는 죽었다” “알라후 아끄바르(신은 위대하다)!”라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전문 테러집단의 치밀한 범행


테러범들은 잡지사에서 나온 뒤 리샤르 루누아르 대로에서 차량 운전자를 위협해 차량을 탈취한 후 파리 외곽의 ‘포트팡틴’ 방향으로 도주했다. 무장 괴한들의 무기와 복장은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주의자들이 이라크 모술 등지에서 사용하던 것과 유사하다.

프랑스 테러 전문가 장샤를 브리자드 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매우 잘 준비된 시나리오에 의한 공격”이라고 평했다. 테러리스트들이 방탄조끼와 군용 무기로 중무장했고, 짧은 시간에 대량 학살을 하고 도주한 점이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범행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들루아 ‘국경 없는 기자회(RSF)’ 회장은 “파키스탄이나 소말리아에서나 볼 수 있는 야만적인 공격이 어떻게 프랑스 한복판에서 벌어질 수 있는가”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이러한 폭력이 반복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파리 19구에서 첫 번째 차량을 버린 후 두 번째 차량을 탈취해 파리 동북부로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경찰은 대테러 전담 경찰 특수부대를 동원해 사상 최대의 검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 프랑스 정부 최고 테러경보


이번 테러사건은 프랑스에서는 1995년 7월 25일 파리 생미셸 광장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이슬람무장그룹(GIA) 소행의 테러공격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1995년 당시 테러에서는 8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했다. AP통신은 “최근 20년간 프랑스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사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고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 플뢰르 펠르랭 문화장관,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함께 테러사건이 발생한 샤를리 엡도를 방문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현재 테러범들을 쫓고 있으며 이들을 반드시 검거해 프랑스 사법제도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긴급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파리 인근 수도권 일대의 종교시설과 쇼핑몰, 언론기관, 교통시설 등에 최고 수준의 경계경보를 내렸다. 이날 테러가 발생하기 전 IS는 샤를리 엡도가 자신의 지도자인 알 바그다디의 신년사 모습을 풍자한 만화를 트위터에 올리자 몇 분 뒤 “프랑스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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