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도심서 ‘이슬람 테러’ 참사] 이슬람과 악연 ‘샤를리 엡도’는 좌파 다원주의 표방… 신랄한 풍자, 2006년 이후 쉼없이 이슬람 비판
프랑스의 풍자주간지 샤를리 엡도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신랄한 풍자정신으로 오랜 세월 우여곡절을 겪어온 좌파계열 잡지다. 1960년 창간된 좌파 풍자월간지 ‘하라 키리(Hara kiri)’를 계승한 이 잡지는 1프랑의 싼값에 ‘바보 같고 심술궂은 잡지(Journal b^ete et m´echan)’를 표방하며 좌충우돌하는 정치풍자로 명성을 얻었다. 1961년과 1966년 두 차례 정간됐다가 1970년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1면 기사 제목으로 폐간됐다. 이후 ‘하라 키리’의 정신을 살려 창간한 잡지가 바로 ‘샤를리 엡도’다.
잡지 제목은 당시 인기 만화월간지였던 ‘샤를리 망쉬엘’에서 따온 것으로 망쉬엘은 프랑스어로 월간지를 뜻하고 엡도는 주간지의 약자다. 샤를 드골의 이름 샤를을 살짝 비틀어 풍자한 것이기도 하다. 1974년 대선에서 투표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도 했던 샤를리 엡도는 독자 감소에 따른 영업 악화로 1982년 폐간되었다가 1992년 복간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후 줄기차게 “좌파 다원주의의 모든 요소를 반영한다”는 모토 아래 ‘성역 없는 풍자’를 펼쳐 왔다. 광고주로부터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아예 광고도 싣지 않는다.
잡지와 이슬람의 악연은 2006년 시작됐다. 그해 ‘무함마드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압도당했다’라는 제목 아래 무함마드(마호메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나 다이너마이트가 꽂힌 터번을 두른 무함마드 캐리커처를 포함해 이슬람권을 비판하는 12편의 만평을 실었다. 무함마드의 캐리커처를 실은 이 잡지는 3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언론 만평을 기념하는 파티를 주최하고 이 자리에 샤를리 엡도의 필진을 초대해 옹호하기도 했다.
2011년 시민봉기로 독재정권을 몰아낸 튀니지에서 아랍근본주의 세력이 집권하자 샤를리 엡도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엡도’라는 제목으로 특별판을 발행하고 또다시 무함마드의 캐리커처를 실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집권으로 인해 가혹한 형벌로 악명 높은 샤리아 율법의 부활을 풍자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무슬림들은 또다시 흥분했고 샤를리 엡도의 파리 사무실은 방화로 불탔으며 인터넷 사이트는 해킹당했다.
하지만 샤를리 엡도의 풍자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2012년 9월에는 ‘건드릴 수 없는’이라는 제목과 함께 무함마드와 유대교 성직자가 “조롱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그림을 내걸었다. 당시 ‘무슬림의 무지’라는 영화가 이슬람을 비하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한 시기였다. 잡지 안에는 ‘이슬람 세계를 흥분하게 만든 영화’라는 제목 아래 엉덩이를 드러낸 무함마드가 ‘내 엉덩이는? 내 엉덩이도 좋아해?”라고 말하는 만화까지 게재했다. 이로 인해 아랍국가의 프랑스 관련 시설들이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으며 20여 개의 해외 주재 프랑스 학교가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