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딜레마
○ 정부 태도는 모호하고 수세적
정부는 ‘전단 살포 제지가 정당하다’는 6일 의정부지법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수세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면 국민의 신변 위협을 줄이기 위해 경찰이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전단 살포를 직접 막는 물리적 조치는 취할 수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이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통준위 내에 대북전단뿐 아니라 다른 문제에서도 남북대화 재개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신 반관반민 기구인 통준위 관계자가 대북전단 살포 자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된다, 안 된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한시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정부의 전략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6월 북한의 군사공격 위협이 고조된 직후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려던 민간단체의 행사장 진입을 경찰이 원천봉쇄했다. 2008년 11월에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연 뒤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행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통일부는 당시 이런 내용의 공문을 민간단체들에 직접 전달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은 채 대북전단과 군사훈련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북한이 남남 갈등을 유도할수록 정부가 대북전단을 막을 명분도 줄어든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에 나와서 논의하면 될 일을 이런 식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박 대통령도 위협에 굴복해 원칙을 바꾼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대북전단 전달 효과 논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리에 발송한 대북전단의 상당수가 북한 땅에 닿지도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일곱 번의 대북전단 공개 살포 가운데 절반이 넘는 네 번의 전단이 북한이 아닌 경기 의정부시 평택시 여주시 등 국내에서 수거됐다. 상공에서 터지지 않고 2만∼3만 장씩 묶음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 인권활동가 출신인 하 의원은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이벤트성으로 대북전단을 보내면 효과도 없이 불필요한 남남 갈등만 야기한다”며 “공개적인 전단 살포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