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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막자니 남남갈등… 놔두면 남북경색

입력 | 2015-01-08 03:00:00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딜레마




새해 남북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전단 대책을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7일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자 정부는 “골치 아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며 머리를 싸매는 분위기다. 북한은 민간단체가 5일 전단을 살포한 것을 두고 문제 삼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뷰’가 담긴 DVD 등을 이달 북한에 보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 정부 태도는 모호하고 수세적

정부는 ‘전단 살포 제지가 정당하다’는 6일 의정부지법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수세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면 국민의 신변 위협을 줄이기 위해 경찰이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전단 살포를 직접 막는 물리적 조치는 취할 수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군사도발 이후 전단 살포 단체와 지역주민 간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 경찰을 동원해 전단 살포를 저지했다. 하지만 이는 사태 예방이나 전략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있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7일 한 라디오에서 “정부가 (대북전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상황이 악화돼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통준위 내에 대북전단뿐 아니라 다른 문제에서도 남북대화 재개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신 반관반민 기구인 통준위 관계자가 대북전단 살포 자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된다, 안 된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한시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정부의 전략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6월 북한의 군사공격 위협이 고조된 직후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려던 민간단체의 행사장 진입을 경찰이 원천봉쇄했다. 2008년 11월에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연 뒤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행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통일부는 당시 이런 내용의 공문을 민간단체들에 직접 전달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은 채 대북전단과 군사훈련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북한이 남남 갈등을 유도할수록 정부가 대북전단을 막을 명분도 줄어든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에 나와서 논의하면 될 일을 이런 식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박 대통령도 위협에 굴복해 원칙을 바꾼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대북전단 전달 효과 논란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대북전단의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알리고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깨닫게 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흐르면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리에 발송한 대북전단의 상당수가 북한 땅에 닿지도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일곱 번의 대북전단 공개 살포 가운데 절반이 넘는 네 번의 전단이 북한이 아닌 경기 의정부시 평택시 여주시 등 국내에서 수거됐다. 상공에서 터지지 않고 2만∼3만 장씩 묶음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 인권활동가 출신인 하 의원은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이벤트성으로 대북전단을 보내면 효과도 없이 불필요한 남남 갈등만 야기한다”며 “공개적인 전단 살포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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