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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통장에 3억”… 집팔면 빚 갚고도 6억 남는데… 그는 왜?

입력 | 2015-01-08 03:00:00

생활苦 탓이라고 하기엔…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 범행동기 의문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인 강모 씨(48·사진)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지만 동기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실직과 주식 투자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서울 강남에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시세 11억 원)를 소유하고 있고, 명문 사립대를 나와 취업도 어렵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 3억 통장 있는데 돈 없어 가족 살해?


서울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인 강 씨는 직장 세 곳을 다녔다. 2009년 두 번째 직장이었던 A사(외국계 컴퓨터회사)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기회가 왔다”며 사표를 냈다. 회사 임원이었던 그는 동문회비로 30만 원(평생 회비)을 낼 정도로 평판에 신경을 썼다.

A사를 나온 뒤 그는 B사(한의원)에서 연봉 9000만 원을 받고 회계업무를 봤다. 그러나 업무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B사를 나온 강 씨는 이후 다른 회사에 수차례 이력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강 씨는 2011년 7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C사(화장품업체)에서 전무로 재직했다. 직원 10명의 중소기업이었다. 이곳에서도 오래 있지 못했다. C사 관계자는 “명문대 출신이 작은 회사에 다니려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퇴직 사실을 아내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나는 힘들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는다”며 “(실직 후) 두 딸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수입이 없어진 강 씨는 2012년 11월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아 아내에게 매달 400만 원을 생활비로 줬다. 실직 상태였지만 맏딸을 연회비 80만 원인 요가 학원까지 보냈다.

정작 자신은 최근 1년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 고시원으로 출근해 주식 투자에 몰두했으나 2억7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고시원 사장은 “강 씨는 3층에 화장실이 없는 가장 작은 방을 사용했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주 흡연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 씨가 지난해 12월 30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며 방을 뺐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고시원을 나온 지 7일 후 가족을 살해했다.

강 씨는 주식 투자로 날린 돈을 빼고도 여전히 대출금 중 1억3000만 원이 남은 상태다. 게다가 경찰 조사에서 “아내의 통장에 3억 원이 있다”고 밝혀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아파트를 팔면 대출금을 갚고 남는 6억 원을 생활비로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생활고 외에 아내와의 마찰 등 다른 범행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강 씨는 경찰에서 “우리 부부는 ‘막장’이 아니며 불화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 “가족이 멸시받을까 봐 살인”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내가 죽고 나면 남은 가족들이 멸시받을 것 같아 함께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가족을 살해한 직후 강 씨는 시신이 있는 집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세 모녀 모두 목이 졸려 숨졌으며 다른 외상은 없었다.

도주 이유에 대해 강 씨는 “나도 죽기 위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충북 청주에 도착해 흉기로 왼쪽 손목을 자해했다. 대청호에 뛰어들었지만 두꺼운 겨울옷 때문인지 몸이 가라앉지 않아 결국 걸어 나왔다”고 진술했다.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강 씨는 부모의 면회를 거부하고 있다. 강 씨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만난 강 씨 아버지는 “그럴 아이가 아닌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7일 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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