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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소중한 가치 일깨운 가족의 힘

입력 | 2015-01-08 03:00:00

8일 개봉 ‘아메리칸 셰프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제목 그대로 미국 요리사 이야기. 감독과 주연 칼 캐스퍼 역을 맡은 존 패브로(가운데)는 코미디언 출신다운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사진진 제공

칼 캐스퍼(존 패브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급 레스토랑 셰프. 자부심이 대단한 유명 요리사이지만 아들 퍼시(엠제이 앤서니)의 맘도 몰라주는 이혼남이기도 하다. 음식평론가 램지(올리버 플랫)의 방문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인 리바(더스틴 호프먼)와 메뉴를 놓고 다투다 결국 사장 고집을 따랐지만 최악의 혹평을 받고 만다. 홧김에 램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험담을 주고받다 싸움을 벌이고 레스토랑까지 관두는데…. 문제 요리사로 찍혀 갈 곳 없던 캐스퍼는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가 제안한 푸드 트럭에 도전하기로 맘먹는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참 의외다. ‘아이언맨’ 1, 2편을 연출한 패브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라기에, 대작 프로젝트에 지친 감독의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품일 줄 알았더니 큰 오산이었다. 확실히 소품이긴 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러닝타임 114분 내내 유쾌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 영화의 메인요리는 역시 패브로다. 딱 봐도 감독 같은 덩치가 섬세하면서도 뚝심 있는 주방장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실제 푸드 트럭에서 경험을 쌓았다는데 그런 노력이 자연스레 배어난다. 하긴 주방 직원을 이끄는 셰프와 영화 현장을 통솔하는 감독은 왠지 닮은 점이 많다. 여기에 호프먼은 물론이고 아이언맨으로 친분을 쌓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같은 스타들이 단역으로 등장해 고급 조미료를 듬뿍 쳐준다.

이런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사이드메뉴는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으로 버무려진 다양한 요리다. 쿠바식 샌드위치부터 텍사스 바비큐, 뉴올리언스 베네(밀가루 튀김 요리의 일종) 등 침샘을 마구 자극하는 먹거리가 쏟아진다. 게다가 고추장이나 주꾸미볶음 같은 한국음식도 선보이는데, 이는 요리 자문을 한국계 요리사 로이 최가 맡았기 때문일 터. 미국에서 한식과 멕시코 요리를 접합한 ‘코기 BBQ’를 운영하며 명성을 얻은 그를 감독이 적극 섭외했단 후문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뻔한’ 흐름이 대충 눈에 보인다. 자기 일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하던 요리사가 가족과 친구 덕에 역경을 딛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허나 뻔한 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법. 아들에게 하는 “난 최고의 남편도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요리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란 전형적인 대사가 전혀 식상하질 않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땜에 식욕이 확 당기는 건 감점 요소일지도.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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