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2000원에서 500원 올렸던 2005년에도 담배를 더 사려는 흡연자와 숨기려는 판매상 문제로 시끄러웠다. 가격이 오른 담배의 포장지엔 별도로 표기하거나 생산일자를 찍자는 의견이 대안으로 나왔다. 하지만 10년 뒤 엄청난 폭으로 올리면서 소비자를 배려하는 대책은 없었다. 결국 흡연자와 상인의 숨바꼭질만 몇 달 이어졌고 정부의 단속 엄포는 아무 힘을 쓰지 못했다. 아니, 별로 힘을 쓰고 싶지 않았던 듯한 느낌이다. 흡연자들이야 비참한 기분이 들더라도 시간만 조금 지나면 적당한 수준으로 담배를 피워댈 테고, 전보다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이 정부는 믿었으리라. 고객 주머니를 쉽게 털어갈 수는 있겠지만 털리는 사람이 안달복달하게 만들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담뱃갑에 점 하나 찍거나 니코틴은 엄청 들어 있어도 좀 싼 담배 하나쯤은 남겨두면 절대 안 될 일이었을까. 납세자이자 국민인 흡연자를 아주 우습게 대하는 이 정부를 위해 다들 ‘더러워서 끊는다’고 선언하길 희망해 본다.
끊었으면 하는 또 하나는 이케아다. 이 매장 주차장 수용 규모는 3454대인데 하루 3만2000여 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주변 도로까지 온종일 아수라장이 되는 이유다. 개장 전 고가 논란과 일본해 표기 제품 판매로 비난을 받았지만 ‘예상대로’ 대박이 터졌다. 소비자가 엄청난 불편을 겪어도 ‘주차 예약제’는 하지 않고 몇 시간이 걸리든 그냥 긴 줄만 세워놓고 있다. 땅 넓은 미국이나 삶이 여유로운 유럽에선 그럴 필요 없었겠지만, 좁은 땅에 몰려 사는 한국에 사업체를 지으면서 뻔히 보이는 혼잡과 불편을 몰랐다면 ‘글로벌 기업’ 자격이 없다. 불편은 한국 소비자가, 돈은 내가,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고서야 불편을 이렇게 방치할 수 있겠나 싶다. 아직 중독될 만큼 많이 가본 것도 아니라 담배처럼 금단현상도 없을 테니, 똘똘 뭉쳐 ‘더러워서 끊는다’ 선언하길 바란다. 그러지 않고서는 한국인은 외국 기업의 ‘호갱(호구+고객)’을 면할 수 없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