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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몽구 회장의 기업가정신, 구글과 경쟁 나서다

입력 | 2015-01-08 03:00:00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8년까지 향후 4년간 80조7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작년의 14조9000억 원보다 연간 35% 이상 늘어난 액수다. 전체의 76%를 국내에 투자하고 7345명을 채용해 스마트카와 친환경차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투자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적극적 투자를 당부한 다음 날에 나온 것이지만 단순한 ‘화답’ 차원은 아니다. 2013년 8월에도 박 대통령은 10대 민간 그룹 회장단에 투자 활성화를 요청했고, 회장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했으나 ‘행사용 립 서비스’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현대차는 지난해 원화 강세로 고전하면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서 밀리는 기색이었다.

지금 세계경제 현장에서는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릴 만큼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3500여 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개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스마트카, 드론,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 융합 제품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CES 2015 특집기사에서 “이제는 CES가 가전(家電)쇼 아닌 차전(車電)쇼”라며 자동차를 맨 앞에 소개했다. 자동차가 지리와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운행하는 슈퍼컴퓨터가 되고,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날이 곧 다가온다. 현대차의 경쟁자는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아니라 구글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불과 17년 전 인터넷 검색 업체로 출발한 구글은 운전자 없이 컴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어 시범운행 중이며 2017년에는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의 142개 최고기술 중에서 미래형 선박 단 1개만 확보하고 있다. 미국 87개, 일본 33개에 한참 밀리면서도 중국의 추격으로 전자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기업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유럽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0∼40% 늘었지만 한국 주요 기업들만 2.2% 줄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뚝심으로 투자하는 기업가정신은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과 분야를 발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살길이다. “이봐 해봤어?”의 도전정신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정면 돌파해야 미래가 열린다. 현대차의 선도적 발표가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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