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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투수가 되는 비법 ‘빨리 빨리 던져라’?…통계 분석해보니

입력 | 2015-01-08 16:50:00


투수에게는 인터벌이 짧은 게 유리합니다. 투구 간격이 길었던 성준(53·현 삼성 코치)을 롤 모델로 삼지 않는 투수라면 공을 빨리 빨리 던지는 게 낫습니다.

먼저 7일 대전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신인선수 교육’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문정균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장은 이 자리에서 ‘스피드업’을 강조하며 화면을 둘로 나눠 영상을 틀었습니다. 한 타자의 타석이 끝나는데 왼쪽 화면에선 1분40초가 걸린 반면 오른쪽 화면에선 3분44초가 걸렸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은 똑같이 4개. 왼쪽 화면에 등장한 투수는 평균 25초마다 공을 하나씩 던졌고 오른쪽 화면의 투수는 공 하나를 던지는데 56초가 걸린 셈입니다. 문 팀장이 이보다 앞서 튼 영상에는 공 5개를 던지는 데 1분43초가 걸린 타석도 있었습니다. 20.6초마다 공을 하나씩 던진 셈이죠.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양 팀 투수들이 한 경기에서 던진 공을 합치면 평균 311개였습니다. 투수들이 인터벌을 2초만 줄여도 KBO에서 올 시즌 목표로 하는 경기 시간 10분 단축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면 투수들은 이렇게 항의할지 모릅니다. “진검승부를 벌이려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마운드 위에서 시간을 오래 끌면 투수에게 유리할까요?

메이저리그는 2007년부터 초고속 카메라를 가지고 모든 투구를 하나하나 촬영해 분석한 PFX(Pitch F/X)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가지고 투구 궤적 등을 알아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투수가 몇 초 만에 하나씩 공을 던졌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인터벌에 따른 타격 결과를 분석해봤습니다. 그랬더니 투수가 공을 빨리 던지면 던질수록 상대 타자 OPS(출루율+장타력)가 내려가더군요(그래픽 참조). 투수가 24초 넘게 공을 들고 있으면 상대 타자는 롯데 ‘레전드’ 박정태(통산 OPS 0.806)가 되지만 빨리 빨리 던지면 올 시즌 롯데로 돌아온 임재철(OPS 0.717)이 됐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투수에게 불리한 겁니다.

물론 이건 메이저리그 사례이기 때문에 한국은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 통계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투구 인터벌 하나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통산 97승(66패)을 거둔 성준 코치처럼 느려 터진 인터벌로 성공한 투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수비하는 팀에서 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을 ‘공격’하는 셈이죠. 이 때문에 처음에는 타자가 여유를 부릴지 모르지만 투수가 공을 빨리 던지겠다고 고집하면 결국 타자도 타석에 빨리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수가 경기 주도권을 쥐게 되는 셈입니다. 똘똘한 투수라면 당연히 이것을 이용하는 게 옳은 일입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363승(245패) 투수 워렌 스판(1921~2003)은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빅 데이터‘에 따르면 인터벌이 짧은 투수가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데 더 유리합니다.

그러니 투수 여러분, 올 시즌에는 포수한테 공 받으면 가능한 한 빨리 공을 던져주세요. 그게 여러분이 퇴근도 빨리 하고 몸값도 올리는 길입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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