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제부 기자
비가 잦아 모래와 자갈이 늘 젖어 있다 보니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를 생산하기도 어려웠다. 현장에서 공사를 지휘했던 정주영 당시 사장이 내린 “철판에 구워라”는 명령은 비싼 기름을 때야 하는 건조기 대신 철판을 써서 젖은 골재를 말리라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하면 된다”는 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수업료도 비쌌다. 수주액은 522만 달러(당시 환율로 14억7900만 원)였지만 17억6800만 원이 투입돼 3억 원의 적자를 봤다. 하지만 당시 현대건설이 닦은 것은 단순한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현대를 필두로 한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신화’를 일구는 근간을 닦은 셈이었다.
한국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외형 확대 위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 이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해외수주 네트워크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금융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금융지원은 필수적이다. 시공자의 금융역량이 중요한 투자개발형 사업이 늘고 있는데 기업들의 힘만으로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등을 활용해 대체투자에 나서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건설인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도 필요하다. 첫 해외 진출 당시는 공사를 담당할 기술진과 근로자들이 김포공항을 출발할 때 방송사가 TV로 생중계를 할 만큼 국가적 경사로 여겨졌다. 지금도 해외건설은 지난해에만 66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수출주력사업이지만 반도체, 자동차 등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주력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시기에 이미 재원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당장 올해 발주물량을 줄이거나 기존 공사 현장의 추가 공사비를 깎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