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작년 8월 김종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임명된 이래 홍익대 출신 산하 기관장 인사가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김 장관의 홍익대 미대 후배로 만화애니메이션 전공자다. 한국영화감독협회 등이 전문성 없다며 반대 성명을 냈을 정도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오승종 위원장과 국제방송교류재단 방석호 사장은 홍익대 법대 교수 출신이다. 연간 예산 2100억 원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최근 취임한 송성각 원장은 일찍부터 ‘내정설’이 돌았다. 김 장관과 송 원장은 광고계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문체부의 수상쩍은 인사가 뒷말을 낳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한양대 출신 김종 2차관이 재작년 취임한 뒤에는 한양대 출신의 약진이 주목받았다. 퇴임한 유진룡 전 장관은 “(같은 한양대 출신)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을 등에 업고 인사 장난을 쳤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실장급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냈으나 유일하게 반려된 문화예술정책실장을 비롯해 스포츠산업과장,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이 한양대 동문이다. 작년 국회 교문위에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를 차관에게 전달해 파문을 일으킨 우상일 체육국장은 김 차관의 제자다. 김 차관 주도 아래 발족된 자문기구 스포츠3.0위원회의 14명 위원 중 5명이 한양대 출신이다. 문체부 인사는 장차관의 학맥과 전공에 따라 춤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 376조 원 중 문화 재정은 지난해보다 10.4% 증액된 6조 원에 근접했다. 창조경제, 안전예산 분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책임진 문체부의 예산만 4조8752억 원이다. 문체부에 너무나 비(非)문화적인 인사가 판치는 한 박 대통령이 3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건 ‘문화 융성’은 요원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