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이큰3’ vs ‘존 윅’
영화 ‘테이큰3’는 언제나 가족을 지켜내던 전직 특수요원이 아내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딸을 지켜내려 세상과 맞서는 내용(위쪽 사진). 영화 ‘존 윅’은 아내와 사별한 전직 킬러가 그 아픔마저 짓밟은 조직폭력배들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다. 둘 다 배트맨 정도는 와야 상대할 만하다. 영화인·올댓시네마 제공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돌아올 뿐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64세인 리엄 니슨 옹과 52세가 된 키아누 리브스 아저씨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2008년 ‘테이큰’으로 뒤늦게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니슨은 2편에서 힘들게 구해냈던 전처 레니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테이큰3’로 다시 정열을 불태웠다.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다. 1일 개봉해 벌써 134만 명(7일 기준)을 넘어섰다.
리브스는 21일 개봉하는 ‘존 윅’으로 연륜 액션의 맥을 잇는다. 니슨과 용띠 ‘띠동갑’이라 어르신 취급이 억울하겠으나, 수염이 덥수룩한 은퇴 킬러에게서 ‘매트릭스’ 때만큼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해 10월 전미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후하고 진득한 두 배우의 액션을 비교해봤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브라이언 밀스(니슨)는 이제 태극권에 입문했나 보다. 손만 까딱까딱 하거나 타고난 덩치로 밀어붙일 뿐이다. 그래도 추풍낙엽처럼 적들은 나가떨어지니 역시 고수는 남다르다. 물론 1, 2편에서도 화려한 초식은 딱히 없지만 이번엔 ‘무표정 암살자’ 스티븐 시걸이 떠오를 정도다. 근데 달려가는 건 왜 이리 숨차 보이는지.
이에 비해 전설로 불렸던 킬러 역을 맡은 리브스는 하도 현란해서 의심이 든다. 5년이나 일선에서 물러났던 은퇴자가 최신 주짓수(브라질 유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옹박’(2003년)의 토니 자까진 아니어도 ‘아저씨’(2010년)의 원빈은 ‘맞짱’ 뜰 듯. 착각이겠지만 왠지 ‘아저씨’의 액션 신을 참조한 기분도 든다.
[폼생폼사 지수] 니스 > 리브스 ↓
전작에서 이어진 연상효과겠지만 니슨은 이제 그냥 브라이언 같다. 눈빛이나 목소리에 ‘나 전직 특수요원 맞아’란 분위기가 차고 넘친다. 사랑하는 아내가 숨졌는데도 잠시 흔들릴 뿐 곧바로 냉정을 찾을 줄이야. 역시 훈련받은 스파이는 특별하다. 다만 2편 말미에 “나도 이제 지쳤다”란 솔직함 가득한 대사처럼, 많이 지쳐 보였다.
[전술 숙련도] 니스 = 리브스
요즘은 인턴을 뽑아도 스펙이 장난이 아니다. 두 분의 약력은 전직 특수요원이랑 전직 넘버원 킬러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내달리는 스포츠카에서 총을 쏴도 백발백중이고(존 윅), 경찰에 FBI, CIA까지 다 출동해도 발끝에도 못 미친다(테이큰3).
미묘한 차이라면 니슨은 공무원 출신답게 정보 수집과 병법에 뛰어나다. 1편부터 사소한 단서만 찾아도 맥가이버처럼 신통방통했던 면모는 여전하다. 필요하면 거짓 체포도 당하고, 고문도 불사한다. 리브스는 임기응변이 두드러진다. 아, 러시아 범죄조직의 보스 비고(미카엘 니크비스트)는 존을 이렇게 찬양해 마지않는다. “연필 하나로 4명을 때려잡는….” 최배달의 재림인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존 윅이란 신분만 노출하면 보디가드도 물러선다. 총 쏘는 폼은 리브스가 살짝 낫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