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특파원 파리 현지르포 2信 에펠탑 불끄고 국민들은 애도 묵념 佛언론, 범인 놓친 경찰 문책 대신… 톨레랑스 등 공화국 가치 회복 강조 이슬람 인사-단체도 화합 한목소리
11일까지로 정해진 애도 기간 중 매일 낮 12시가 되면 전 국민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추모의 종소리를 신호로 직장에 있건, 학교에 있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 탄 승객들도 1분간 침묵 속에 고개를 숙인다. 의사들도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배지를 달고 일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전자 전광판에도 이 문구가 등장했다.
뿌리 깊은 정치적 대립과 만성적인 사회적 분열에 시달려 온 프랑스가 이번 테러 사건 이후 ‘국민 통합’을 화두로 내걸었다. 가장 먼저 화합 행보를 보인 건 정치인들이다.
언론의 차분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마녀사냥’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범인을 놓친 경찰 간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도, 샤를리 에브도 건물에서 범인들의 위협에 비밀번호를 눌러 편집국 문을 열어 준 여성 만화가를 비난하는 여론도 없다.
여론의 초점은 오로지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극단주의 테러 세력에 대한 응징에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 공영방송 프랑스텔레비전을 비롯해 ‘France24’와 같은 뉴스 전문 채널의 메인 뉴스에서는 테러 세력에 대한 비판을 집중 보도하는 한편 이슬람 종교 지도자 초청 토론 등 특집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프랑스가 잃어버린 ‘자유, 평등, 박애’와 톨레랑스(관용)를 되살려 공화국의 가치를 되찾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일이 반이슬람 정서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슬람 인사와 단체들도 한목소리로 국민 통합을 외치고 있다. 프랑스무슬림위원회(FMC) 전직 지도자인 무함마드 무사위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는 프랑스가 단결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