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물리학/배리 파커 지음·김은영 옮김/536쪽·1만5000원·북로드
과학 입문서를 주로 써온 저자는 이 책에서 물리학 관점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무기기술의 혁신을 개괄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세기 들어 중요한 과학적 성과들이 대부분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초의 제트엔진 항공기를 비롯해 레이더, 로켓, 컴퓨터 등이 모두 2차 대전 중에 개발된 것이다.
2차 대전은 물리학 등의 연구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수많은 연구인력이 한꺼번에 동원돼 집단과제를 수행하는 이른바 ‘거대과학(big science)’이 이때 태동했다. 나치 독일에 맞서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출범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전쟁과 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기초물리학 이론이 전쟁무기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전쟁을 위한 과학의 복무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지독하게 싫어했다는 얘기 정도가 그나마 위안이 될까.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