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곧바로 거부했다. 북한은 9일 미국에 전달한 이번 제안과 관련해 “언제든지 미국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북한이 연례적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것은 암묵적인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동안 3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안보리가 2013년 3월 채택한 대북(對北) 제재 결의 2094호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자동 제재 조항이 들어 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지 한미 훈련 중단을 위한 협상 수단이 될 수 없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실시하는 방어 훈련을 안보리가 금지한 핵실험과 연계시키는 것은 선전 공세 차원의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주에도 한국 정부에 대북 전단, 한미 연합 훈련, 흡수 통일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며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북한의 태도에선 대화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미국과의 북핵 회담에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은 북한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룡해는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해 러시아의 지지를 끌어냈다. 북한이 9·19 공동선언으로 핵무기 포기를 약속한 2005년에도 한미 훈련은 실시됐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의 기존 결의에 따라 단호한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